2010. 9. 18. 16:30ㆍLife is live !
저녁때 신당동쪽에 갈 일이 있어서 그 근처 떡볶이집과 맛있다는 닭백숙집을 열심히 찾아놨다
안사람에게 뭐 먹고 싶냐고, 떡볶이는 어떠냐고 넌지시 물어보니 뜸금없이 라멘이 먹고 싶다고 한다.
이태원 초입에 단골로 가던 라멘집이 있는데
이 참에 바꿔볼겸 블로그를 찾아보니 마침 헤밀턴호텔 뒤에 추천 라멘집이 있었다.
느긋하게 이태원 골목 언덕길에 차를 대고 천천히 걸어 내려왔다.
담쟁이 축대를 돌아 내려가는 길이 낭만적이다.
본인은 칠판글씨가 안 보인다고 우기지만 폼으로 안경쓰고 싶었던 짱이 !
메뉴판 아래 돼지코 그림이 이 식당의 로고, 내 눈엔 해골처럼 보이는데...
홀써빙 언니가 주방에 대고 일본말로 크게 주문을 외친다.
주방 요리사들도 신나게 추임새를 넣는 폼이 지대로 니폰이다.
혹시 쪼잔하게 주문한다고 자기네끼리 일본말로 흉보는거 아니여 ?
그치않음 한가한 시간엔 홀써빙언니가 왜 주방에 턱 괴고 한국말을 하는건데 ?
세트를 시키니 만두와 차슈밥도 같이 나왔다. 맛있게 그릇 삭삭 비웠다.
다 먹어놓고, 단골집만 못하다는 안사람 말을 들으니 갑자기 라멘 면발도 탄력이 없는거 같고 국물도 밍밍해, 역시 맛집블로그는 믿을게 못돼,그 블로거랑 내 입맛이 완전 다른가봐 ...
밖에 나오니 맑은 새소리가 들린다. 한 귀퉁이에 조그맣고 하얀 새 두마리가 있었다.
이 동네 뒷골목은 대사관도 많고 재벌들도 살고 있어 집들이 폼난다.
그런데 고개넘어 신당동에 들어서니 완전 딴판이다.
맨 윗층에 살림집을 보니 옛날 생각이 난다.
국민학교도 다니기 전이니 70년대 초반쯤 됐을까, 오산에 큰 홍수가 나서 어른들은 다라이나 농서랍 같은걸 빼서 배처럼 타고 다녔고 우리 식구도 그 당시 제일 높았던 4층집 꼭데기에 피난갔는데. 딱 저 건물만했지...
저녁때 충무아트홀에서 연극을 보기로 했다. "애자"
주인공 애자역으로는 요즘 하는 드라마 '황금물고기' 에 소유진씨가 출연
아트홀 앞마당에서 시간되길 기다리며 망중한
시한부인 엄마랑 딸 애자와의 슬픈 인생사다.
클라이맥스에서 장면전환을 위해 조명이 꺼졌다.
객석에선 코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고 손수건을 꺼내서 눈물을 찍어내고 눈가를 비비는 사람들이 보인다.
무대뒤쪽에서도 감정조절이 잘 안되는지 출연진의 엷은 울음소리가 간간히 세트를 넘어오고 있다.
더 길게 암흑의 시간이 이어진다.
맘껏 울고 천천히 매무세 고치시라고...
엄마역에 금보라씨 대신에 다른 연기자가 출연했는데 오히려 다행인 생각이 든다.
유명세에 가려 감정몰입이 방해되거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슬픈 장면을 연기하는게 안 어울릴거 같았다.
♩♪♬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적이 있나요
음악소리도 분주히 돌아가던 셋트도
이젠 다 멈춘채 무대위엔 정적만이 남아있죠
고독만이 흐르고 있죠...
- 연극이 끝나고 난뒤(가사일부) 1988년 MBC 대학가요제 -
이노래가 갑자기 환청처럼 가슴속에서 울리는 듯하다
대학교때 통기타들고 무대에 올라가 노래부르던 기억도 나고...
이래서, 난 시골보다 도시생활이 더 좋다.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는게 그렇게 신날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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