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자매의 꿈, Universal studio

2017. 1. 30. 09:00Singapore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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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타올 한장은 바닥에 깔고, 하나는 둘둘 말아 베고, 하나는 덮고 만반의 준비를 한 덕분에 간밤에 좀 잘 수 있었다

자다말고 추워서 깼다. 적도 싱가폴에서 춥다니 ! 사하라 사막에서 얼어 죽을 뻔했을 때만큼 황당하다. 이제 시베리아에서 땀띠 날 일만 남은 건가 ?

거실로 기어나와 소파 위에서 마저 새벽 단잠을 잤다.




아침 하늘이 잔뜩 꾸겨져 있다

' 날이 흐려 신경통이 온 거 같다' 고 현주가 엄살을 떠는 걸 보니 컨디션이 안 좋긴 한가보다. 


샤워하고 먼저 식당으로 내려왔다.

맘모스만한 직원아줌마가 날 보며 일껏 한다는 아침 인사가 " 니 하오 ? "

" 내가 어디 중국사람으로 보이냐 ? " 고 따질려다 주변의 중국인 천지를 보며 그냥 쓴웃음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오늘은 수영장 옆 야외 식탁 하나가 비었다

내가 자리를 지키는 사이 식구들은 음식 가지러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후 짱이가 먼저 돌아왔는데 자기 수저만 챙겼길래 핀잔을 줬다


아빠 음식부터 담아 온 은재에게 수저 이야기를 했더니


아무 불평없이 다시 들어가 가족 걸 다 챙겨왔다


은재가 차려준 밥상


비둘기 한마리가 성급하게 식당안으로 날아 들어갔다가 나오질 못하고 유리창에 계속 부딪쳤다.

식사하던 사람들은 혼비백산인데 직원들은 익숙한 듯 비둘기를 잘 달래 내보냈다.


로비쪽에서 오는 백인 아가씨 모습이 (키도 크고 어깨도 있고) 짱이를 꼭 닮아서 유심히 처다 봤더니 나중에 현주가 "  뒤따라 오던 그애 오빠가 형을 째려 보던데 ! " 라고 알려주었다. 


투숙객중엔 유난히 가족이 많이 보인다.

싱가포르에 주방이 딸린 레지던스 호텔이 별로 없어서, 일행이 세명 이상인 경우 비싸도 여기 Treetops 으로 많이 몰리는 거 같다.

그런데 조식에서 눈탱이 맞을 줄이야.... 오늘도 메뉴 한두개만 바뀌고 여전히 어제처럼 별 볼일 없는 식단.


제사상에나 올라옴직인 불량 과자가 왠말이냐


짱이는 오늘 아침도 다행히 잘 먹는다.  물론 쌀밥을 찾긴 하지만...


 "  탄수화물 부족이었나봐 ~ "

현주는 아침을 먹으며 컨디션이 조금씩 회복되는지 너스레를 떨었다.


배를 든든히 채우고 나와 

난 로비에서 오늘 일정을 궁리하고, 여자들은 외출 준비하러 객실로 돌아갔다,


잠시후 식구들이 내려왔는데 짱이는 워낙 털털해서 아까 입은 그대로이고 은재랑 현주는 옷을 바꿔 압어 못 알아 볼 뻔했다 

여자들이 해외여행 오는 이유중 하나가 ' 남들 시선 의식 안하고 평소에 못 입어본 스타일대로 공주놀이 하는 거' 라는 걸 최근에서야 알았다. 그래서 바리바리 옷가지를 싸들고 와도 이젠 잔소리를 안한다


굳이 비유하자면 은재는 남미 분위기고 짱이는 북유럽 분위기랄까 ?  자매가 우찌 저렇게 안 닮았을까 싶다

둘 다 애들이었을때도 좋았고, 둘 다 중년이 되었을때도 좋겠지만 짱이가 고딩이고 언니가 사회생활 하는 지금 이 한 순간도 참 좋은 거 같다.

먼 훗날 두 자매는 오늘을 어떻게 추억할까 ?



딸 둘을 태운 택시가 오차드 거리쪽으로 사라지는 걸 걱정반 대견함 반으로 한참 바라본다.  





향수산자락 고개를 넘어 산모퉁이를 돌면 울창한 숲사이에 놀이기구 대관람차가 살짝 보이는 위치가 있다. 그 순간부터 흥분으로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오십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용인자연농원(에버랜드)은 나에게 변함없는 환상으로 남아 있듯, 두 애들에게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꿈같은 곳인가 보다.


은재랑 짱이는 미리 출력해 간 바우쳐로 무사히 입장을 하고 이렇게 하루를 보냈다.
















1시간 이상 줄 서 놀이기구 한두게 타고 닜더니 3시.

돈 아끼려고 밖에나와 점심을 사 먹고 다시 들어갔다고 한다.



자기들 인형 몇개 사고 경재와 엄마 아빠 선물 사고 밥 먹었는데 돈이 의외로 많이 들었다.






원래는 낮에 유니버설 스튜디오 다 돌고 저녁때 나이트사파리까지 가려고 했는데 센토사 섬을 나올때가 이미 밤 9시

택시 간신히 잡고 바로 숙소로 들어왔다.


엄마 아빠 선물이라고 사온 슈렉 볼펜 두 자루.


요 녀석들이 재밌었는지 식구들 다 같이 있어도 유니버설 스튜디오 이야기를 자주 꺼낸다. 엄마 아빠는 끼어 들수 없어서 좀 서운한데도 그들만의 비밀을 공유하듯 두 자매의 우애도 더 깊어진 거 같아 한편으론 흐믓하다

<인용사진>


 

이번 편의 빈 칸은 은재랑 짱이가 채워주길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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