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무르타박 대 무스타파

2017. 1. 29. 15:00Singapore 2017





"  오른쪽으로, 계속 가 "

가족들을 앞세우고 걸음을 재촉해 회랑 끝으로 나오자 길건너에 『SINGAPORE ZAM ZAM』노란간판이 보였다


복서가 주먹을 피하듯-위빙 weaving- 거리의 인파를 요리조리 빠져나와 식당안으로 피신했는데 여기도 손님들로 꽉 찼다, 식당 2층은 에어컨도 나오고 한적하다는 정보를 미리 알고 간 터러 애들을 올려 보냈다. 잠시후 은재가 빈자리 있다고 손짓하길래 올라갔는데... 1층보다 더 넓은 홀이 사람들로 꽉 차 있어 당황스러웠다. 타일 바닥에 지팡이가 쭉쭉 미끄러져도 오직 먹어 보겠다는 일념으로 심봉사 청이 따라가듯 은재를 쫓아 ㄷ자로 돌아 들어. 맨끝 구석탱이에 현주랑 짱이가 자리에 맡아놓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아직 음식을 못 받고 기다리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옆 테이블에서 식사중인 무슬림 가족과 인사를 나눴다.

모녀가 먹고 있는 빨간 음료수가 신기해 이름을 물어보니 맛있다며 친절히 알려 주었다.


일단 식구들이 뭐 마시고 싶은지 의견을 모았다, 은재는 Milo를 먹고 싶다고 하고 현주는, 짱이는...머리속에 음료수 이름들을 암송했다.

방치된 듯한 시간이 한참 지난 후 유니폼 입은 후줄근하게 생긴 아저씨가 주문을 받으러 왔다.

옆에 빨간색, 핑크색 음료수와 밀크티 종류인 테타릭 (Teh tarik) 그리고 아이스커피 이렇게 4잔을 시키고 무르타박을 두 종류 시켰다.


또 한참 있다 카레 한 접시와 소스를 뿌린 오이 몇장을 던져 놓고 갔다


'음식 언제 나오나 ...' 웨이터들만 처다보다 포기할 때쯤 이번엔 음료수를 주고 간다

은재에게 테타릭을 주며 ' 주전자를 높이 들고 묘기를 부리며 따라주는 인도식 밀크티' 라고 재밌게 설명을 하는데

"  아빠, 난 Milo 먹고 싶다고 했는데 ! "

일껏 물어 봐 놓고 정작 주문은 내 맘대로 한 꼴이 되어 버렸다


신선한 선지빛 음료수는 단 맛만 있고


핑크색 음료수는 메니큐어 맛이었다.


짱이랑 내가 대단히 실패했다는 걸 안 은재는 쌤통이라고 킥킥대고,

현주는 " 색소먹고 건강 버리지 말고 그냥 버리세요 " 라며 불난 집에 열심히 부채질을 했다  


정신없이 바쁜 식당에 허둥지둥대는 웨이터 아저씨들이 허술해 보이는데 주문 안 까먹는 게 대견하다.

드디어 이 식당의 자랑 무르타박(murtabak)이 등장했다,

무르타박은 동남아시아, 중동 이슬람인들의 주식으로 얇은 밀가루 반죽위에 채소와 고기등을 넣고 접어 구운 후 카레에 찍어 먹는 요리다.



하나는 치킨, 하나는 소고기

난 색소 음료수로 물배가 차서 정작 무르타박 맛을 제대로 못 즐겼지만 썩 맛있지도 딱히 맛 없지도 않은, 보이는 그대로의 맛이다.

다행히 허기진 세 여자가 남김없이 해치웠다. 


은재가 집요하게 음료수 타령을 하길래 바쁜 아저씨를 불러 Milo dinasaur 한잔을 추가 주문했다.


음식을 다 비우고 한참을 앉아 있어도 음료수가 안 나온다.

지나다니는 웨이터에게 재촉하면, 자긴 담당이 아니라고 못 들은척 빈그릇만 수거해 갔다. 주문넣는 곳에 가서 물어봐도 신통치 않고, 그 사이 계산서가 먼저 왔다. 총 22 $  (18,040원)


오래 앉아 있었더니 몸이 축축 늘어져 ' 마일로 포기하고 그냥 가자' 고 일어났다.

화장실 들려 핑크빛 형광색 소변을 보고, 시큼털털한 냄새 나는 손수건을 빨아 나오는 동안 짱이가 기다려 주었다,

계산은 1층 계단 입구. 젊은 남자 주인이 돈 받는 일만 하는데도 정신이 없다. 장사 대박 잘되는 곳 !


식당앞 사거리에서 택시를 잡아 보려는데 안된다.

은재가 택시 정류장 표지판이 있다는 곳으로 가보니 고층건물인 Village hotel bugis 1층 안쪽이었다,


<인용사진>


Taxi Q 줄에 섰다. 다른 한국인 가족을 포함해 택시를 타려는 사람들이 꽤 많았는데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하늘은 더 흐려지고 식곤증이 밀려온다.



하품을 쩍쩍하고 있는데 드디어 우리 택시가 들어왔다.

짧은 거리라서 기사 눈치를 보며 "  MUSTAFA center " 가자고 했는데 오히려 택시기사가 흥이 넘쳐 가는내내 말을 시켰다,

덕분에 나른한 오후가 확 달아나 버렸다.



무스타파 센터는 Little India 지역에 있는 대형 마트로 상품종류가 많고 가격이 저렴한데다 24시간 영업을 해서 관광객이 귀국전에 쇼핑을 하러 많이 들린다.   

<인용사진>


택시는 복잡한 거리를 지나 두개의 거대한 쇼핑센터 사잇길에서 멈췄다. 5 $ (4,100원)

우리가 내리기도 전에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택시를 타려고 좀비처럼 달려 들었다,


외관이 똑같은 두 건물이 육교로 연결되어 있는 이 곳이 무스타파 쇼핑센터다. 하도 넓어 사방팔방 출입구마다 큰 번호판을 붙여 놓았다,

일단 가족들을 불러 모아 " 5번이라고 쓴 출구앞에서 만나자 ! " 라고 신신당부 한후 현찰을 쥐어 주니 물 만난 고기처럼 바로 인파속으로 사라졌다


난 부서지고 떨어지고 때가 찌든 벤치 플라스틱 의자를 하나 차지해 지팡이를 옆에 세워 놓고 가방을 앞으로 끌어 안았다


싱가포르 하면 넓고 깨끗하고 대리석이 깔린 세련된 대도시의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여긴 전혀 딴판이다,

눈 감았다 뜨면 인도 북부 어느 길거리에 나 앉은 기분이다, 차와 오토바이가 뒤섞여 경적을 울려대고 눈앞에 보이는 사람들의 팔할은 다 인도나 아랍계통 사람들이다. 백인 ?  본 기억안남, 한국인 가족 한 팀. 중국인 가끔... 그리고 애기를 데리고 나온 베트남 산악지역의 소수민족 부부.

<인용사진>


옆에 앉은 아저씨는 대낮부터 꾸벅꾸벅 졸고 있고 계단옆 기둥엔 청년 몇명이 허연 이를 드러내며 자기들끼리 장난을 치고 있다, 아랍국가에서 남자들이 딱히 할일이 없어 여기저기 쭈욱 앉아 있던 광경이 기억나 안타까운 마음이 밀려왔다,

이건 편애고 사견임을 미리 밝힌다.

현 시대에 지구상에서 가장 핍박받고 불쌍한 민족이 이슬람교 아랍인이라고 생각한다. 종교와 생활을 따로 분리할 수 없는 그들의 사회, 찬란했던 옛문명과 상대적으로 궁핍한 현재... 그들을 좀 더 가까이서 보면 그동안의 오해에 놀라고 애정이 생길 것이라 확신한다.


여기보다 위도가 높은 방콕과 마닐라는 냄새나고 후덥지근하고 땀이 줄줄 흐르던데, 지금 회랑 그늘속에 앉아 있긴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날씨가 적당하다


원래 이 땅의 주인은 저 까무잡잡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인도계통의 사람들이었다,

포르투갈과의 무역, 네덜란드, 영국으로 이어지는 동인도회사의 진출 그리고 오랜 식민지 수탈 그리고 지금은 화교와 거대중국자본의 진출.

아시아의 금융허브, 아시아의 부자가 젤 많은 나라... 급변하는 싱가포르 근현대사에서 이들은 보여주고 싶지 않은 서자들이다. 집안에서 온갖 3D 일은 다 시키면서도...


어디선가 싸구려 샤워코롱 냄새가 나서 숨쉬기가 갑갑해졌다,

그래도 신기한 건 주변에 담배 피는 사람이 거의 없고, 버릴 거 있음 일부러 쓰레기통을 찾고 있었다.

사회적인 벌금을  빡시게 매겨놔서 그런가 ?


꼼짝없이 1시간을 넘게 앉아 있으니 졸려 죽겠는데 5번 출구쪽 인파속에서 식구들 얼굴이 힐끗 보였다.

옆자리에서 잠이 덜 깨 하품을 쩍쩍 하고 있는 아저씨에게 택시정류장을 물어보니 한블럭 건너편에 있는데 여기 사거리에서도 잡을 수 있다고 한다.


"  넓어도 너무 넓어 ~! "  식구들이 날 보자 순서없이 이구동성 재잘거린다.

뻣뻣해진 몸을 일으켜 번잡한 사거리에 섰는데 택시가 전혀 안 잡혔다. 가끔 지나가는 택시들도 busy, hired 등을 켜고 무정차통과하고 몇몇 사람들은 콜택시를 불러 느긋하게 짐을 싣고 떠났다, 보다못한 현주가 건너편으로 가더니 용케 택시를 하나 잡고 어여 오라고 손짓했다, 승객이 내리자마자 우리도 좀비처럼 차 안으로 몸을 던졌다


내가 ' 태워 줘 고맙다 ' 고 하자 택시기사가 ' 4시부터 7시까지는 교대시간이라 택시 잡기가 힘들다 ' 하며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갑자기 " 삼성 ! " 하며 머리를 조아렸다, 시내 큰 빌딩을 가리키며 ' 저것도 한국의 삼정건설이 짓는 거' 라며 ' 삼성, 현대가 싱가포르에서 대단한 기업 ' 이라고 부러워 했다. 삼성말고 삼정건설이 또 있나보다, 차가 깨끗하다고 칭찬해 줬더니 하루 1시간씩 세차 한다고 했다.

기사랑 수다 떨다보니 벌써 호텔이다.  13 $  (10,660 원)

<인용사진>



세상 편한 03-153호실 우리 방으로 들어왔다,

' 사람은 미어 터지고 통로는 좁고 아랍사람들은 부딪치고 다니고 물건정리가 안되어 있고 막상 살 건 없고 ... '

여자들이 커피, 초콜릿, 티백차등 쇼핑한 거를 꺼내 놓으며 투덜댄다.



난 빨래하고 샤워하고 나왔더니,

현주는 거실에서 건더기가 푸짐하다고 너스레를 떨며 컵라면 바닥을 긁고 있고,

짱이는 자기 방에 들어가 안 나오고

은재는 한시도 안 앉아 있고 이 방 저 방 돌아다닌다.


마트를 또 들려야 한다는 은재에게 ' 쉬었다가 7시에 나가자 ' 진정시켜 놓고... 잠이 살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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