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TOSHIBA가 망한 이유

2017. 1. 28. 23:00Singapore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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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륙 불안감이 해소되자 이번엔 늦은 밤의 막연한 두려움이 나를 조급하게 만든다

<인용사진>


비행기에서 내릴때 뒤를 돌아보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걸음을 재촉하는데 뒷사람들아 속속 앞질러 가버려 주변이 이내 조용해지고 우리 가족만 남았다.


인파는 뱀꼬리처럼 사라지고 이제 믿을 건 이정표 밖에 없다

다행히 바닥에 푹신한 카펫을 깔아놔 지팡이가 미끄러질 걱정도 없다, 


은재가 갑자기 멈추더니 '사진을 찍을까, 말까 ? ' 고민하길래 나도 쉬어갈 겸 " 지금 아니면 못 찍어 " 부추겼다,

엄마랑 어디론가 한참 거슬러 올라가는 은재.


그 사이 잠깐 서서 숨을 고른다. 짱이는 말없이 내 옆을 지켜준다.


은재가 발견한 이카로스의 날개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돌아오는 두 사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날 앞질러 갔던 사람들은 거대한 삼성 광고판 밑 입국심사대에서 다 발목이 잡혀 있었다,


그래서 더 여유를 부려 보았다




어느 줄이 짧은가, 갈팡질팡 하자 제복을 입은 뚱뚱한 아줌마가 오더니 맨 왼쪽 빠른 수속창구로 안내했다.

그러다 줄줄히 따라 오는 식구들을 보고 놀래서 ' 다른 분들은 일반창구에 가서 줄 서시라 '고 우리를 이산가족 만들어 버렸다.


입국심사관이 내 얼굴과 여권과 모니터를 번갈아 처다보며 동기화 하는 사이 뻘쭘해 앞에 놓인 접시에 사탕을 하나 집어 주머니에 넣었다,

빨리 나오긴 했지만 가족들은 아직도 줄끝에 있어 아무 소용이 없고... 사탕이나 까 먹으려니 손어 끈적거린다. 버릴까 ? 하다 오기로 비닐 다 까서 입에 넣었다, 싱가포르의 첫 인상은 끈끈하게 달달하다,,.


승객보다 짐이 먼저 입국했다. 바로 옆 Baggage Claim에선 큰 가방들을 울컥울컥 토해내고 있었다. 회전초밥처럼 도는 중에 빨간 트렁크가 눈에 익었다  컨베이어 벨트위에서 은재 것인지 확인하려니 글씨가 작아 알 수가 없다, 내가 무거운 가방을 붙잡고 씨름하고 있자 옆에 아가씨가 달려들어 불끈 꺼내 주었다, 아가씨가 가방 손잡이에 말린 텍을 펼쳐 보이는데 거기에 낯익은 이름이 찍혀 있었다

한국인인지 중국인인지 싱가폴인인지 국적을 알 수 없는 아가씨에게 " Thanks you ! " 감사를 표했다, 


짐까지 찾고 우두커니 서 있는 나에게 가족들이 대견하다고 손 흔드는 모습이 멀리서 보였다


한참 만에 식구들이 무사히 다 나왔다. 싱가포르 국적기라 그런지 동선도 짧고 수속도 간단하게 끝났다,


청사 바로 앞이 택시 승강장.


밖으로 나가자 직원이 승객과 택시를 하나하나 매칭헤 주었다. 우리도 바로 택시에 탑승할 수 있었다. 트렁크에 짐을 싣고 앞자리에 앉으려고 차 문을 열었는데 핸들이 박혀 있었다. 놀라서 왼편으로 돌아갔다.


운전사 아저씨에게 " Treetops hotel ! " 이라고 자신있게 외쳤는데 못 알아 듣는다. 유명한 곳이 아닌가 보다. 

아저씨가 출발을 안하고 검색해 보더니 " Treetops residence ? " 냐고 묻는다. 뭐 아무려면 어때,

삼성폰에 주소를 꾹꾹 눌러 찍고 출발



아저씨가 동남아 필이 나서 출생지를 물어보니 여기 싱가폴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택시기사 대부분이 동남아계였고 도로위에서 일하는 인부들은 인도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사람들 즉 싱가폴 국민이 아니고 부담없이 쓰고 버리는 외노자들이다.

싱가폴 국민 서열은 '백인계 > 중국계 > 동남아계' 가 뚜렷했다.


뒷자리에 세명이 낑겨 타도 마냥 즐거운 은재.


짱이 자는 줄 알고 카메라만 뒤로 돌려 찍었는데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긴장하고 피곤해서 아무 말이 없는 짱이. 그래도 아빠가방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우리 차도 마찬가지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는 택시들이 신기하게도 대부분 한국산 특히 현대자동차의 소나타와 i40등이었다


차창으로 보이는 싱가폴의 첫 인상은... 서울 같으면서도 뭔가 약간 다른, 좀더 깨끗하다고 할까 ?

은재랑 그 차이를 알아냈다

늦은 시간까지 가로등, 아파트 복도등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도시가 좀 더 안전해 보였다,



고속화도로를 한참 달린후 고층빌딩 틈바구니로 비집고 들어왔다




호텔 주변을 빙빙 돌아 30 여분만에 무사히 도착.


택시비가 28 $ (22,960원) 나왔다,

이 나라에선 택시비를 '비싸다 싸다' 할수가 없는게, 타는 시각, 택시색깔, 도시진입세, 승차인원, 카드수수료등 요금이 아주 복잡해서 미터기에 찍힌 것 이외에 기사가 더 달래면 그냥 믿고 줘야 한다. 미리 환전해간 싱가포르 달러(1 Sd = 820원)로 계산했다.


이 시간까지 직원들이 졸지 않고 환하게 불을 밝힌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자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로비엔 우리 가족말고 아무도 없었다


테이블 위에 놓인 과자.

공짜로 먹으라는 거 같은데 빨간 플라스틱 통을 보니 불량식품 같아 영 손이 안 갔다. ★★★★★ 호텔 맞나 ?



프런트에서 Deposit으로 1,000 $ 요구해 카드로 결재.

공휴일엔 방청소 안해준다. 원하면 비용 받고 해준다는 조항도 있고... 설명이 자정을 넘기며 길어진다.

그 사이 기다리는 가족


호텔 중정


체크인 끝나고 벨보이를 따라 3층으로 올라와 긴 복도를 한참 걸어가 좌회전 후 직진 드디어 우리방에 들어왔다,

방은 가정집처럼 아늑했다.



거실 탁자에 뭔 씨앗같은 것과 과일을 갖다 놓았길래 하나 집어 먹어보고 바로 뱉었다.

로비 탁자에 있던 과자도, 이것도 중국 춘절(음력설)에 싱가폴에 놀러온 중국인들 접대용이었다






아직도 몸이 안 풀린 짱이




은재가 TV가 안된다고 나한테 봐 달라고 한다. 거실, 안방 TV 둘 다 참 말 안듣게 생긴 TOSHIBA 였는데 켜보니 blue screen.

은재에게 룸써비스 부르라고 했더니 한참만에 아까 짐 옮겨준 벨보이가 왔다.

이것저것 해보더니 두 손들고 나가고 또 한참만에 다른 직원이 와서 '셋업박스 뒤집어 보고 카드 빼보고 10 여분 주물럭거리자 그런대로 동영상이 나왔다, 그런데 채널 변경도 번거롭고 뭔 로딩이 오래 걸려서 난 아예 TV 보기를 포기했다,

" TV 하나 보기가 왜 이리 어렵냐 ?" 고 직원에게 투덜댔더니 셋톱박스와 TV를 리모컨 하나로 조정하려니 그렇다고 말도 안되는 변명을 했다.

도시바가 망해가는 이유를 알 거 같다. 


냉장고에 생수가 없다고 직원에게 말했더니 ' 포트에 수돗물 받아 끓여 드시라 '고 천연덕스럽게 대꾸했다.

실망의 연속이다 이 호텔. 아무리 레지던스라고 해도 그 비싼 숙박비를 받으며 물 한병 써비스가 없다니...


주방기구는 완벽한데 그림의 떡




난 책상위에 호텔 가이드북을 펼처 열골중.  ' 불나면... 셔틀버스는... 빨래는... 아침은... 수영장은 ... ' 

요즘은 하루 자고 나오는 호텔도 무슨 전자제품 사용설명서처럼 간단치가 않다,


은재는 이 방 저방 다니며 셀카중


내 옷 때문에 옷장에서 냄새 난다고 현주가 지청구를 했다

승질나서 그 밤에 욕조에 들어앉아 등산복 바지를 빨아 널고 거의 2시에 잠자리에 들었는데...

커피도 마셨고, 침대도 불편해 3시반에 깨고 5시에 또 깨고 침대에서 내려와 방바닥에서 자보다가, 거실로 나가 소파위에서 잠을 청해보고...


<인용사진>



星港(싱가포르)의 첫날 밤이 너덜너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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