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 28. 17:17ㆍSingapore 2017
혼자였음 아마 평생 안 갔을 싱가포르...
만 4년만에 떠나는 가족여행지로는 이만한 곳도 또 없다.
<인용사진>
동면하듯 틀어박혀 떨고만 있던 겨울날들이 어느덧 지나가고 결국 오늘을 맞았다.
동남아 4박 5일도 여행이라고 간밤엔 잠을 설쳤는데 끔찍한 구정 차례를 지내기 위해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났다. 8시 30분까지 오기로 한 경재가 20여분이 될때까지 안 와 전화를 해 봤다, ' 일이 늦게 끝나 바로 오산으로 간다' 고 하길래 ' 미리 전화좀 해주지' 가볍게 책망했다.
은재랑 짱이만 태우고 병점쯤 지나가는데 경재가 은재에게 전화를 했다,
" 츄리닝이라 집에 들려 옷 갈아입고 오산으로 간대 " 은재가 내 눈치를 보며 말을 전달했다, 준비성 없는 놈 !
오산에 도착해, 무심하게 포장을 뜯고 껍질을 까고 접시에 담아 차례상에 올리는데 이내 경재가 한보따리 들고 들어온다.
아침 7시쯤에 교통사고가 났다고 한다. 사거리에서 신호를 어긴 가해자 차가 경재 차 뒷문과 바퀴를 추돌해서 과실이 10 :빵 나왔다고 한다. 다행히도 외상은 없어 보였다. 것도 모르고 경재를 오해한 게 미안하다.
은재가 엄마한테는 세뱃돈을 '오천만원' 이나 주고 나한텐 오만원 달랑 두장이 들어 있는 봉투를 내민다.
일찍 차례를 지내고 수원집에 돌아와 부리나케 옷을 갈아입고 미리 싸둔 가방을 들고 나온 시간은 11시 30분.
경재가 차 트렁크에 여자들 가방을 실어주며 싱글벙글이다. 며칠간 집을 독차지할 생각에 행복한가 보다.
▲
당연히 안 막히겠지...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고속도로와 국도가 차들로 꽉 찼다.
하긴 명절때마다 집안에서 낮잠만 자서 밖이 얼마나 난리통인지 알 리가 있나. 30분 일찍 나와 길바닥에 반납했다. 국도로 안산IC까지 찾아가 다시 고속도로로 올라 탔더니 거기부턴 원활하다,
뒷자리가 조용해 돌아보니 짱이는 고딩답게 토막잠에 깊이 빠졌고 차만 타면 자던 은재는 들떠서 두 눈이 초롱초롱하다,
막혔던 도로는 뻥 뚫렸고 시간은 늦었고... 습관적으로 차에 가속도가 붙었다.
인천대교 과속카메라가 정수리를 훑는 순간 흠찟 계기판을 보니 120km ! 이왕 찍힌거 더 깊이 엑셀을 밟아 버렸다
발렛파킹이 더 번거로울거 같아 직접 단기주차장에 차를 끌고 들어갔다가 바로 후회했다. 빙빙 돌다 지하 2층에서 간신히 빈 자리 하나를 발견했다. 겨울 옷들을 차 안에 벗어놓고 나왔다
보딩패스 받은 후 '자동출입국심사' 등록하려고 창구를 찾아 가는데 수상쩍은 안내방송이 나왔다.
마침 지나가는 공항 직원을 붙들고 등록 창구를 물어보니 " 올해부터는 지문등록을 안해도 된다" 는 반가운 소식을 들려주었다. 안 물어봤음 개고생 할 뻔했다, 이런 행정은 진짜 칭찬해 줄 만,
우리 다 간단하게 출국심사대를 빠져 나왔는데 짱이만 19세 미만이라고 다시 일반심사대로 돌아가는 바람에 시간이 조금 지체됐다.
반팔티만 두개 껴 입었는데도 이리저리 걸어 다녔더니 덥다. 옷 하나를 벗어 가방에 집어 넣고 Hub 라운지를 찾아간다.
두명은 예약한 현대자동차 카드로 무료입장, 한명은 신한 플레티넘으로 무료, 한명만 결재 하면 되는데...라운지 직원이 카드를 긁어 보더니 플레티넘 무료입장이 안된다고 한다. 속은 쓰리지만 어쩔 수 없이 두명은 결재. 영수증을 고이 접어 잘 보관하고 모두 라운지 안으로 들어갔다,
마주보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가 현주가 TV앞에 네자리 비었다고 해서 긴급 이동.
제사밥이 안 맞아 일부러 비워 둔 위장에 마구 채워 넣었다
지난번엔 아이스크림을 외부로 못 가져가게 머씬으로 바꾸더니 이번엔 그것마저도 아예 치워 버렸다, 서비스는 갈수록 퇴보하는데 손님들은 미어 터진다. 10여년전 Dinus club lounge같은 분위기를 어디서 다시 느낄 수 있을까 ?
현주는 찬밥 됐다고 투덜대지만 내심 아이들하고 와서 즐거워 보인다
유난히 오늘은 뒷자리에서 들려오는 저음의 영어 목소리들이 귀에 거슬린다.
새소리처럼 재잘대는 이탈리아 말이 그립다.
배를 채운 쇼핑족들은 3시를 넘기자 가방을 채우러 먼저 나가고, 짱이랑 나는 부풀어 오르는 배를 틀켜쥐고 괴로워했다.
우리도 갈 시간이 다 되어 잠든 짱이를 깨웠다.
짱이가 일어나자마자 토할거 같다고 한다.
※ 싱가포르에서 귀국 후 다음날 (2.2일) 바로 신한카드에 전화를 했다,
" Hub 라운지에서 무료입장이 안되어 결재했다. 해결해 달라 "
" 회원님 카드로 무료입장은 아시아나 라운지만 됩니다 "
" 예전엔 이 카드로 무료입장 했다. 바꿨으면 나에게 알려줬어야 하지 않냐 "
따졌더니 몇 시간후 답변전화가 왔다
" 한분 결재 하신거 환불해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2015년에 아시아나 라운지를 이용하신 기록이 있네요 ? "
" 예 ? 에햄 ~! "
그럼 내가 예전에 변동사항을 알았다는 것인가 ? 평소에 나는 얼마나 많은 오해와 착각, 기억상실속에 살고 있었단 말인가...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여튼 잠시후 31,900원이 입금됐다.
트레인 타고 113 gate 를 찾아 왔더니 탑승이 25분 지연된다는 방송이 나왔다.
' 천천히 쇼핑하고 오라' 고 은재에게 바로 카톡을 날렸다.
잠시후 쇼핑족들도 도착했는데 빨간 비닐가방에 족히 백만원어치나 되는 화장품이 들어 있었다,
' 여자들은 왜 그리 유지비가 많이 드냐 ' 고 볼멘소리 한마디 했다가 두 모녀에게 일장훈시를 듣고 철회했다.
사고 싶은 걸 득템해서 화색이 도는 건지, 볼터지 화장품을 발라서 그런건지... 현주 양 빰이 유난히 볼고족족하다.
승무원이 사람들을 줄 세우기 시작할 때쯤 갑자기 현주가 ' 신용카드가 없다' 며 당황해 가방을 뒤지더니 은재랑 부리나케 왔던 방향으로 뛰쳐 나갔다,
' 이러다 비행기도 못 타고 집에 가는 거 아녀 ? ' 짱이랑 불안에 떨고 있는데
잠시후 계면쩍은 얼굴로 나타나
" 가방 속 지퍼주머니 안에 넣어 놨네, 그럼 그렇지 ! "
한바탕 혼을 빼놓고 착석,
유명 디자이너 옷치곤 별로 이뻐 보이지 않는 싱가폴 항공 유니폼,
<인용사진>
예전 도나우강가에서 마셨던 Campari 생각이 나서 한잔 부탁했다.
' 어떻게 드릴까요 ? ' 해서 그냥 얼음 넣어 달랬더니 ... 잠시후 가져왔는데 알콜도수가 좀 쎄다.
짱이 시켜준 생선필레는 좀 퍽퍽했고
내 함박 스테이크는 점심때 칠천원짜리 배달음식보다 더 나은지 모르겠다.
은재는 벌써 와인 두잔을 마셔 놓고도 이번엔 칵테일이 먹고 싶다고 해서
난 Singapore sling, 짱이는 Bitter lemon, 현주랑 은재는 Bloody mary 를 주문했다
현주랑 은재가 인상을 쓰길래 먹어보니 Bloody mary 는 물에 토마토케찹 탄 맛이었다
짱이게 젤 맛있음
그러고도 시간이 남아 Jack Reacher 영화 Never go back 을 봤는데 '다신 보고 싶지 않은' 기억만 남았다,
싱가폴 에어라인은 우찌 적도로 갈수록 기내가 점점 추워진다.
화장실 가다 보니 뒤쪽 좌석은 빈 곳이 제법 있었다. 자리로 돌아와 은재와 현주에게 가서 자라고 했는데 모두 영화에 푹 빠져 있다
얼른 자리 차지해 팔걸이 다 올리고 두다리 쭈욱 뻗고 담요 덮고 내리 2시간을 자버렸다.
갑자기 사방이 환해지고 스튜어디스들이 부산하게 움직이는걸 보니 착륙시간이 다가왔나보다.
이번 달 기내지-는 기본적으로 무료제공-를 가방 깊숙히 쑤셔 넣고 나도 기지개를 폈다.
세련된 리듬의 재즈가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기내...
창밖으론 환상적인 싱가폴의 야경이 가슴을 설레게 하고, 집어등처럼 불을 밝인 유람선들이 검은 바다위에 뜨문뜨문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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