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7. 29. 11:00ㆍBritain 2014
●●
● ●
새벽에 일어나 차 한잔 하고 다시 잤다.
아침에 일어나 상할 수 있는 요플레 크로와상으로 식사하고, 나머지를 가방에 싹 쓸어 담았다.
그 중에 몇개는 한국까지 따라와 지금도 집에 있다
11시에 체크아웃이라 갑자기 엄청 서둘러 짐을 챙기고, 방 앞에 차 대고 짐 싣고...
그래도 약속이니까 아침밥 값을 주기 위해 안집 문을 두드렸다
왠 아저씨가 나오길래 ' 트레이시 있냐 ' 고 물었더니 " 아~ 츄레이씨 ? " 라고 발음했다.
아침밥 값 이라고 빳빳한 £10 지폐 한장을 내밀었다. ' Oh Breakfast ! ' 라며 받는거 보니 남편 맞나보다
아저씨가 계면쩍은지 하늘을 가리키며 날씨가 참 좋다고 하며, 뒤쪽 초지엔 토끼도 많다고 알려줬다,
부부가 다 서글서글하니 사람 좋게 생겼다.
명색이 Farm B&B 인데 그냥 잠만 자고 가기도 뭐해 초지로 가보았다.
정오가 가까와서 그런지 토끼일랑사리 토끼풀도 하나 안 보인다.
케임브리지를 빠져 나올때 네비가 약간 버벅댔지만 이내 오늘의 목적지를 브리핑했다
오늘 달릴 거리가 거의 300 km.
네비는 3시간 걸린다지만 실제로 5시간은 족히 잡아야 된다. 우리는 3차선으로만 달릴 거니까 !
곧바로 고속도로에 차를 올리고 바로 앞 컨테이너만 따라 갔다.
현주랑 수다 떠는 것도 2시간째 접아들자 입이 아팠다.
GIST 라고 쓰여있는 앞차는 우리를 떼어 놓으려고 다른 차를 추월해가며 내빼도 우리가 끝끝내 찾아내 바로 뒤에 따라 붙고, 점심도 안 먹고 줄기차게 한 놈만 팼다. 아니 한 놈만 쫓아다녔다,
그렇게 질릴 때쯤 아쉽지만 놔 줬다. 각자 갈 길이 다른 갈림길이다.
운전하며 심심할 때마다 꿈틀이 젤리를 하나씩 꺼내 빨고 씹고 녹여 먹어봐도, 단조로운 밀밭만 계속되고 마을 하나 안 나타난다.
이론상으론 어떤지 몰라도 체감상으론 영국땅이 참 넓고 인구밀도가 낮게 느껴진다.
네비앱이 전기를 엄청 잡아먹나보다.
스맛폰을 씨거잭에 계속 꽂아놔도 충전보다 소비가 더 많아 폰이 방전되어 버렸다.
네비가 안되니 다음 램프로 빠져서 한적한 곳에 차를 세우고 빠떼리를 바꾸고 우리 몸도 재충전 한 후 다시 출발했다.
다시 고속도로를 올라타자 눈앞에 큰 강이 유유히 흐르고, 강 위로 현수교가 엉성하게 결쳐 있는게 보였다
험버 (Humber)강과 험버브리지였다
걸어서 강을 건너는 사람들이 꽤 보였다,
온가족이 꼬맹이까지 끌고 가는걸 보면 꼭 돈이 없어서 이러는건 아닌거 같다.
다리를 넘자 외통수로 갇혔다
쩝 ! 또 통행세
오늘의 목적지, 스카버러 (Scarborough) 가는 길.
꿈틀이 젤리는 토막토막 나 뱃속에서 위산과 놀고 있고, 빈봉지만 굴러 다니는데
지루하고 졸립고, 배가 고프자 ... 저 멀리 신기루가 보였다.
귀족 복장을 한 남자가 양손에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
다가가보니 신기루가 아니라 오아시스였다. ' TOBY CARVERY ' 라고 쓰여있는 !
점심때가 지나서그런지 식당 안에 손님은 별로 없었다.
할아버지와 아들로 보이는 남자가 슬롯머신에 붙어 있었다,
메뉴판을 펼친 채 점점 심각해지는 나.
일단 Carvery 란 말 뜻도 모르고 왠 도표도 그려져 있고 미적분 수학책 보는 거 같다.
힐끗 현주를 보니 거기도 히브리어 성경 보는 표정이다,
홀을 돌아 다니는 아가씨에게 어떻게 시키는 거냐고 물었는데 이상한 발음으로 기관총처럼 쏴 댔다.
내 표정에 아무 동요가 없자 날 데리고 계산대에 있는 여자에게 인계했다.
그 여자 발음은 그나마 좀 알아듣겠다. 탄산수와 샐러드와 Carvery 하나를 주문하고 값을 치루는데 성공했다,
내 계산이 끝나고 비켜나자 계산대 여자가 뒤에 줄 서 있던 여자랑, 힘들었다는 듯 웃음을 나누는데 별로 기분 좋은 느낌은 아니였다.
그랴 나 촌놈이여 ~
우리가 앉은 자리는 Bar 느낌이었고 안쪽엔 레스토랑이었다, 바와 식당 사이에 음식코너가 마련되어 있었다,
요리사 복장을 한 남자가 긴 칼을 들고 고기덩어리들을 가리키며 뭘로 줄까 물었다. 뭔 고긴지도 몰라서 다 달라고 했더니 4종류 (칠면조 돼지고기 소고기 염장돼지고기) 를 얇게 저며 접시에 한꺼번에 담아 주었다. 거기에 푸딩하나 얹으니 접시가 가득찼는데 옆 코너에서 또 샐러드를 골라 담으라고 한다. 새 접시 써도 되냐고 물은 후 이것저것 담았다. 셀러드는 뷔페인것 같다.
아가씨에게 식당쪽으로 자리를 옮겨도 되냐고 물었더니 Bar에서 계산을 했기 때문에 여기 앉아야 된다는 말을 했다. 똑같은 음식코너를 쓰면서도 따로 앉아야 된다는게 이해가 안됐다.
멀리 앉아 있는 현주에게 음식 접시좀 가져 가라고 손짓했다. 넋놓고 있다가 지갑과 카메라를 어찌 할 바를 몰라 허둥댔다
식탁에 음식 내려 놓고, 화장실을 갔다 와보니 현주가 넋이 외출해 있었다,
내가 없는 사이 다른 테이블에 혼자 앉아 있던 사내가 우리 접시를 보고, 현주 무안할까봐 눈을 안 마주치면서 직원 아가씨를 불렀다
' 저 분들 소스를 챙겨줘라 '
아가씨가 현주 샐러드 코너 옆으로 데리고 가서 소스를 보여 주었다, 현주가 모른다고 하자 우리 고기 접시를 들고 와 다시 설명하더란다.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네종류 소스 아래에 소스가 다섯종류나 또 있더라능...
내가 와서 보니 각종 소스들이 접시에 조금씩 덜어져 있었다 ㅎㅎ
잠시 후 샐러드 (£7.29)가 서빙되었는데 비쥬얼이...
carvery (£5.99)보다 더 비싸면서도 풀떼기 한종류에 바짝 탄 식빵 잘라넣고 치즈 뿌리고... 아주 간단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사람들이 영국인 음식솜씨 흉보는 이유를 알거 같다고 현주가 한마디 한다.
바 언에선 꼬맹이들이 뛰어 다니고 넘어지고 숨고 난리였는데 ... 누구하나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
갑자기 내 옆에 다 모여서 웅성웅성 대기 시작했다,
요리사는 주방에서 나와 인형뽑기 기계를 기울이며 흔들고
한 여자는 망치를 넣어서 두드리고
뽑기 인형이 나오다가 틈 사이에 걸렸던 것이다.
아가씨는 바닥에 눕다시피하고 손을 인형 배출구에 구겨 넣더니 마침내 가까스로 인형을 끄집어 내서 꼬마애에게 안겨 주었다.
영국인들이 아이들에겐 참 극진한 듯
그 난리통에도 애들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슬롯머신에 붙어 있었다.
애들도 그렇고 3대가 노름꾼 도박사 기질이 다분했다.
£13 (23,400원) 저렴한 가격으로 아주 배부르게 맛있게 먹었다.
우리같이 가난한 여행자와 서민들에겐 축복같은 오아시스 였다.
식당을 나오다가 애들이 귀여워서 ...
들어 갈 때랑 나올 때가 마이~ 다른 현주
표정이 한결 행복해 보였다.
카버리 (Carvery) 를 몸소 배웠다,
칠면조, 돼지고기, 소고기 등 원하는 고기를 요리사가 고객 앞에서 썰어준다. 더불어 영국식 샐러드를 뷔페로 맘껏 먹을 수 있는 시스템
한국에 돌아와서 그 카버리가 자꾸 가고 싶다
'Britain 2014' 카테고리의 다른 글
30> 와인잔에 노을지다 (0) | 2014.07.29 |
---|---|
29> 파슬리, 세이지, 로즈마리와 타임 (0) | 2014.07.29 |
27> 시류를 따르지 않고 시대를 만든다, (0) | 2014.07.28 |
26> 중세때 영주와 농노는 어떻게 살았을까 ? (0) | 2014.07.28 |
25> 교황님의 노잣돈 (0) | 2014.07.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