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Live music - Diem Xua

2014. 3. 2. 22:00Vietnam 2014

 

 

 

 

 

한국에선 겨울이라 샤워를 언제 한지도 기억이 안 나는데 여기선 오늘도 또 개운하게 씻고 6시 10분쯤 로비로 내려갔다. 

 

 

원래 로비에서 6시 30분에 만나서 먹기로 했는데 6시 20분쯤 되자 모두 모였다.

내일은 나 혼자 떠나니까 아침 7시 30분에 모두 모여 아침 먹자고 약속했다. 베트남 모녀도 할아버지 내외분도 좋은 분들이라 그 사이에 벌써 정이 많이 들었다.

 

 

 

 

저녁먹고 뚜네는 커피 마시러 간다 하고 베트남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체력이 안되서 올라가서 쉬신다고 한다. 나에게 뭐 할거냐는데 호치민에서는 저녁때마다 Live music band 를 찾아다녔는데 여기선 할게 없다니까 뚜가 호텔직원에게 물어봐서 주소를 건네주었다.

그런데 마냥 기뻐할 수가 없는 게... 수중에 돈이 없다. 가진 거라곤 3만원도 안된다. 13 $과 2십만동. 오늘 짚차와 케이블카 산악썰매 타느라 예산이 과다 지출됐다. 호텔 직원에게 물어보니 ATM 은 로터리까지 나가야 있다고 한다.

 

 

혹시 몰라서 카드를 챙겨 호수쪽으로 걸어 내려오는데 기아 모닝만한 조그만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

기사에게 주소를 보여주니 금방 알아봤다. 소형택시라서 그런가 미터기는 만동부터 시작됐다. 돈이 넉넉지 않으니 별게 다 신경쓰인다. 호수를 돌아 산속으로 한참 들어갔다. 주변에 인가는 안보이고 기사는 아무 말도 없이 앞만 보고 달리고 오늘따라 카드까지 챙겨왔는데 이런 날 봉변 당하는거 아닌가... 티도 못내고 괜히 왔나 후회하기 시작했다.

 

 

 

 

 

깜깜한 산길에서 홀로 불 켜진 정문에 도착했다. Diem xua 글자가 보이자 급 안심이 되었다. 택시비가 7만동 나와서 20만동짜리 지폐를 냈더니 잔돈을 더 과하게 주길래 다시 돌려주었다.

 

 

 

입구에 여직원이 있어서 나가는 택시가 많이 있냐고 물어보니 자기가 불러주겠다고 한다. 정문을 지나자 직선길이 멀리까지 뻗어 있었다.

' 아~ 또 한참 걸어야 하는 건가 ... ' 여직원이 이쪽이라고 오른편으로 나를 이끈다. 거긴 아무 조명도 없이 어둠속에 허연 돌계단만 땅속으로  휘어져 있었다.

Live music 공연장은 안 보이고 왜 이런 흉악한 곳으로 가라고 하나, 계단을 못 내려가는게 아니라 안 내려가고 있으니 아래서 한 남자가 올라와 팔을 잡아줬다. 나무문을 열고 들어가자 가뜩이나 어두운 실내에 전등도 안 켜고 촛불만 여기저기 세워 놔 더 음침했다

 

 

어둠에 동공이 적응되자 지붕이 높은 목조 팔각정 실내가 서서히 눈에 들어왔다. 손님은 두세 테이블밖에 안보였다.

 

호기롭게 맥주한병 (9만동 4,680원) 시키고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손님이 한둘씩 늘어나는데 임산부 여자도 둘이나 들어왔다.

 

 

드디어 8시 20분에 나를 부축해줬던 남자가 통기타와 하모니카로 연주를 시작했다. 한참 집중하고 있는데 의자가 갑자기 푹 꺼져서 옆 자리로 얼른 옮겨 앉았다. 지금까지는 계속 맘에 안드는 일만 생기고 있다...TT

 

 

연주가 끝나자 중년 여인이 나와 베트남말로 한참 얘기하더니 노래를 두곡 정도 불렀다. 그 사이 콧수염을 기른 남자가 기타를 메고 들어와 번잡스럽게 물 한잔을 마시더니 자기 차례가 되자 또 베트남말로 인사를 하고 멋진 저음으로 베트남 노래를 불렀다.

객석에서는 해바라기씨 까먹는 소리, 컵에 얼음 휘젓는 소리... 집중이 안된다.

 

 

 

사진 찍으며 간간이 수첩에 끼적거리고 있는데 첫 싱어였던 중년여성이 내 자리로 와서 인사를 한다. ‘ 칸점’  이라고 자기를 소개하며 나에게 어디서 왔냐고 묻길래 코리아라고 말해줬다. 베트남 말할 줄 아냐고 해서 못한다고 했다. 칸점도 불행스럽게 영어를 못해서 서로 의사소통이 거의 불가능했다. 할게 악수 밖에 없다.

 

 

 

또 다른 여성싱어가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꼭 한국의 7080 라이브 카페 같은 분위기다. 가사는 못 알아들어도 베트남노래의 서정성과 진지함에 오롯히 동화될 수 있었다.

세 가수가 돌아가며 노래하고 악기연주하고 근처에선 꽥꽥 오리소리도 박자 맞춰 들려오고...

 

 

 

 

 

 

 

칸점이 자기 노래 끝나더니 이번엔 아예 내 테이블에 와 옆에 앉아 버렸다, 참 부담스럽다

또 묻는다

“ 베트남 말 할줄 알아 ? ” 두 눈을 지긋이 바라보며 느리고 느끼하게 대답해줬다

“ I can't speak vietnamese "

이럴 때 할게 사진 찍어주는 것밖에 없다. 하필 휴대성을 따져 성능이 낮은 카메라를 가져왔더니 어두운 실내에서 사진발이 너무 안 좋았다. 몇 번을 찍어도 마찬가지다. 잔뜩 기대하길래 어쩔 수 없이 보여줬더니 의사소통의 필요성을 더 이상 못 느꼈는지 조용히 일어나 가 버렸다. 원판 불변의 법칙이고 액면가가 그런 걸 나보고 우짜라고 TT

 

 

남자싱어가 실내에서 거리낌없이 담배를 피운다. 이제 갈 때가 됐나보다. 내가 담배는 피워도 남의 담배냄새는 맡기 싫더라

공연은 11시까지라는데 10시가 거의 다 돼서 일어났다.

 

 

어두운 실내 계단을 내려오는데 뒤로 몇 사람이 일어나 나를 따라 나선다. 밖으로 나가려는데 앞 자리에 앉아 있던 칸점이 어찌 알고 고개 돌려 인사를 한다. 노래 중간에 나오는건 비매너고 내가 너무 소란스러웠나 엄청 미안해졌다.

아까 여직원과 나를 부축했던 남자와 첨보는 남자가 함께 나왔다, 여직원이 나에게

“ 이 사람 택시를 타고 가세요 ”

나를 위해 미리 택시를 불러 놓았던 것이다. 내가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데...

 

 

계단을 다 올라 정문으로 나가는데 직원들이 자꾸 배웅을 나온다. 이건 뭐 5천원 맥주한병 마신거 밖에 없는데 너무 분에 넘치는 칙사 대접을 받는거 같아 몸둘 바를 모르겠다.

직원이 Thanks you 를 한국말로 뭐라고 하냐고 묻길래 ‘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했더니 발음이 어려웠나보다. 그래서 친한 사람끼리는 ‘고마워’라고 한다고 했더니 알파벳으로 알려 달래서 komawa 라고 불러줬다.

 

혹시 나중에라도 그들이 ‘ 고마워 ’ 라고 반말해도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길.

Thanks you 를 ‘ 김일성 만세 ’ 라고 알려주려다 말았으니까...

 

 

호텔까지 돌아오는 길은 차도 안 막히고 마음 편하게 올 수 있었다

택시비 61,000동.  3달러와 1,000동 지폐를 주니 택시기사가 고마워했다. 나를 계속 기다려줘서 오히려 내가 더 고마운데...

 

 

 

 

 

 

 

쩌우덕하고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도시 달랏.

달라도 마이 달랏.

By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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