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nz 동호회 세차 번개후기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

2013. 11. 13. 21:00자동차

 

 

 

 

국민학교 다닐 때 표어 포스터 참 많이 만들었다.

불조심부터 반공방첩, 물자절약... 요즘 말로 Commercial Design 과 CopyWriter 의 세계를 초등학교 때부터 경험시킨 거니까,

벤츠라도 굴릴 수 있는 지금의 한국은 그 당시의 조기교육이라는 든든한 펀더멘탈 위에 세운 게 분명하다.

사회적으로도 교차로나 관공서 벽에 어김없이 계몽 표어가 붙어 있곤 했는데, 오늘 세차장으로 가는 길에 불연듯 표어 하나가 생각난다

『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

그 정신은 자금까지도 끈질기게 계승되어 ... (이야기가 점점 삼천포로 빠지는 느낌이 드네)  여튼 !

9시에 맞춰 셀프 세차장에 도착해보니 벌써 많은 회원들이 모여 각자의 차를 닦고, 기름질(왁싱)을 하고 있었다

 

 

 

요즘 자동차 회사들이 위기감을 느낀다고 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다음 세대인 젊은이들이 자동차를 안 사고 스맛폰만 끼고 있다. 운전면허 응시도 안한다니까 뭐.

그나마 중국을 대표하여 아시아권에서 벌충을 하고 있다는데...

멀리 볼 필요없이 나부터도 차에 흥미가 많이 떨어졌다 (MBCK에 흥미가 떨어지는 것과는 별개로).

다음에는 외제차도 안 살 생각이다. 억대 주고 새차 사보니 바로 그날로 중고차 감가상각에 세금 보험료등 따지면 한달에 몇백씩이 고스란히 날라가고 있더라능. 비싼 차 끌고 나가봤자 사람들이 봐주는건 차지, 내가 아니란걸 안 순간부터 차는 그냥 편하게 끌고 다니는 운송수단이 되버렸다.

셀프는 김밥천국에서 충분히 질렸다. 그러니 셀프세차는 언감생심. 가장 더러운 내차 도로가에 세워 놓고 세차장으로 걸어 들어갔다.

 

 

 

회원들 세차와 새차와 니차와 내차 얘기를 들어주고 있자니 몸이 아래부터 서서히 얼기 시작한다

C8 ! 운동겸 차나 닦을껄... 후회하며 담배도 얻어 펴보고

따뜻한 커피에 손을 녹여봐도 냉기는 이미 단전까지 올라왔다.

이러다 콧물이라도 떨어지면 꼴이 우스워질까봐, 조개구이 안 먹어도 좋으니 어디 몸 녹일 곳 없냐고 징징댔다.

벌벌 떨리는 몸을 차에 꾸겨넣고 몇몇 분이랑 한밤중 8차선 대로를 달렸다,

 

Mc 주차장은 커피와 간단한 요기거리도 판다. 단체 좌석을 찾아 2층으로 올라왔더니 1층보다 썰렁하다

얇은 옷 하나 입고 웅쿠려 있는 내가 불쌍했는지 셩쟁이 형이 커피를 한잔 사다주었다. 카페라떼 한잔에 얼었던 몸과 맘이 다 따뜻해졌다

반가운 얼굴을 마주 하고 12시까지 수다를 떨다 내일 출근 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리를 파했다.

분당시내로 들어가 야식먹을 사람 ? 이라는 말에 귀가 번쩍 뜨여

"  저요 ! 저요 !! "

6개월째 접어든 무직생활에서 처음으로 백수의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Hand to mouth , 똑딱이 인생이라 2차 3차도 못가고 발길을 돌려야 했던 고달픈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백수에겐 내일이 없다, 지금 찾아먹지 않으면 내일이란 없다.

 

 

 

야심한 시간임에도 분당의 순대국집 심야식당은 손님이 가득했다.

'ㅏ'와 'ㅓ' 도 구분 못하는 눈치없는 종업원 때문에 차갑게 말라비틀어진 수육은 더 손이 안가고

순대국은 사골곰탕과 무우소고깃국의 영역을 넘어 너무 앞서갔다.

순대와 술과 무채가 난잡한 탁자위로 설왕설래 먼 얘기들이 많이 오간거 같은데,

각설하고 결론은 동호회원간에는 돈 꿔주지도 말고 빌리지도 말라는 거 !

동호회 생활 수년동안 나에겐 돈 꿔달라는 작자 한명 없었는데 이유가 뭘까 ?  곰곰 생각해보니,

없어보여서 ㅋㅋ

 

 

참 아까 하다 만 말, 이 말이 하고 싶었던 거다,

자주『 닦고 만나고 친해지자

 

 

 

◆   ◆   ◆

 

 

 

 

늦가을 11월 어느 밤.

보름달과 내 사이엔 찬 바람만 휘감아 돌고

 

광좀 내보겠다는 열정으로 쌩고생을 사서 하는 광신도 집단. MBCK

 

"  나이드니 몸도 고장나고,서글프다, 그래서 시작했어  ...   흡연 ! "

 

쌌네 쌌어 !

많이도 쐈어,

 

"  부탄에서 온 방가입니다. 방가방가~

   한국에서 살고 한국 밥을 먹고 한국에서 일하면 우리도 한국인이예...요~케시끼 ! "

 

"  트로트는 뽕짝입니다. 뽕짝이 뭐냐 ? 한국인의 정신이다 ! 요렇게 말씀 드릴수 있겠네요 "

"  걸레나 잡어 ㅆ~~~바로마. 니네 나라는 티비도 없지 ? "

 

 

 

 

 

 

 

 

 

 

 

"  하율군은 떠들어라... 우리는 폰과 토크한다 ... "

 

"  길사장님 배 힘좀 빼....우린 어짜피 안 들리고 안 보여.. 아...돋보기 "

 

"  ...삼학년 칠반 박상훈 어린이의 천진난만한 얼굴과 해맑은 웃음소리가  ... "

 

 

 

 

 

 

 

"  ... 마장동 임노인, 

   거나하게 취기가 오르자 육자배기를 불러 재끼는데... "

 

 

 

밤은 서쪽으로 깊어지고

동쪽 여명은 아직 멀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