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가의 여행 "

2013. 9. 19. 09:06독서

 

 

 

 

 

 

 

 

 

정진국 미술평론가. 서울대. 파리8대학. 파리 1대학원 졸업. 현재 서울과 파리를 오가며 사진으로 기록하고 집필하며 번역하는 일에 종사하고 있다. 사진에 조애가 깊은거 같다

해박한 지식과 촌철살인의 필체등 이런 사람이 진짜 지식인.

 

책에 쓴 소리를 휘갈긴다.  본문 내용중 일부를 아래에 적어본다.

음 좀 쎈데 !

 

 

... 요즘도 거물급 인사나 명망가의 모습을 촬영하면서 자신도 그렇게 거물 행세하는 사진가는 어느 나라에나 있다. 대중의 스타에 접근해 초상을 찍은 것으로 스타를 멋대로 주무르며 또 다른 왕별처럼 우쭐해하는 사진가도 있다, 카메라가 스타의 빛조차 흐리는 꽤나 강력한 무기인줄 아는 사람들이다. 카메라 앞에서 누가 사진가의 지휘에 고분고분 따르지 않을까. 자신의 분신인 이미지를 쥐락펴락할 텐데. 그러다 보니 카메라로 그분을 겨냥했다는 사실만으로 그 이미지의 수준이 어떻든, 감격하다 못해 머리가 조금 이상해지는 사진가들이 나온다...

 

 

... 종탑 덧창은 에두아르의 사진에서나 빈센트의 그림에서나 똑같다. 단 한가지 달라진 것이 있다. 종탑 위에 시계가 붙었다. 에두아르의 시대에는 없던 것이다. 에두아르가 그 곳을 찾은 지 불과 몇 십년 만에 천년을 넘게 울리며 일상을 주도하던 종소리는 그쳤다. 그 대신 우리의 시간은 시침과 초침으로 잘게 갈라졌다. 그만큼 빠듯하고 각박해졌다. 해 뜨면 일어나고 해 지면 잠자리에 들지 않게 되었다. 똑딱 똑딱 재깍 재깍 시계에 맞춰 살게 되면서 종소리가 들려주던 자연의 리듬은 깨졌다...

 

 

... 케냐 인류학자 조지 리키 박사는 코로토로에서 300만 내지 700만년 전의 인골을 찾아냈다. '아벨' 이라고 불리게 된 최초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였다. 하느님조차 선뜻 기억해내기 어려울 법한 옛날에, 그 호수와 사막 사이에 숲이 있었다. 물고기,억어,뱀,거북이가 살아다. 하마도 양서류도 기어 다녔다,. 원숭이가 재주를 넘고 물소도 거둘먹거렸다 ...

 

 

... 갈등으로 온 세상이 뒤숭숭할때,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처럼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고 마음을 놓으려고 했다. 누구나 영웅이 될 수는 없었기에, 평범하고 안락한 생활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절하게 몸부림쳤다. 우리의 삶에서 사소하고 덧없다고 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소중하다는 말에 많은 사람이 공감했다. 그러나 대의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이런 태도를 비겁한 소시민적 가치관이라 조롱했다. 어쨋든, 전쟁에서 증오의 무서움을 겪은 사람들은 " 길가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사람과 뜬금없고 스스럼없이 사랑에 빠지길 바랐다 " 절망을 숨기고, 부질없는 연애 감정에 목을 매었다, 정다운 삶에 대한 간절한 소망이다. 거리의 악사처럼, 행복이 어림없을 줄 알면서도 노래할 곳을 찾아 기웃거렸다...

 

 

... 가끔 놀 줄도 모르는 경건한 사람이었다. 놀 줄 알았다면, 자신에 대해서든 타인에 대해서든 너그럽지 않았을까 ? 그는 부처님이나 그리스도가 천국과 지옥의 문이나 지키는 무서운 심판관이 아니라 우리 스님들처럼 곡차도 즐기고 카드도 돌리고, '룸'에도 찾아가 불쌍한 아가씨들에게 용돈도 주는 통 크고 정다운 분이라는 것을 알릴 줄 몰랐다. 하느남의 중개인 노릇을 하는 막중한 스트레스를 풀 줄 몰랐다. 속인이 알 수 없는 그 어마어마한 중압감을 때때로 덜기도 해야 하느님도 좋아하시지 않았을까 ! 자기 심부름꾼을 고생만 시킬 수 없으니 모르는 척해주기도 하실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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