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령화가족 "

2010. 10. 25. 10:49독서

 

 

 

 

 

 

      저자 천명관

제니 필즈는 마흔 한살이었다

그녀의 인생에서 좋은 시절은 다 지나갔으며

그녀가 원하는 바는 바로 그런 내용을 글로 쓰는 것이었다.

                 - 존 어밍 『가아프가 본 세상』중에서

 

...이때 숙소 간판옆에 붙어있는 커다란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Merry Christmas !

   오늘이...그랬던가 ?  순간, 나는 맥이 탈 풀리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내 인생에서

'좋은 시절'이 이미 오래전에 다 지나갔음을 담담하게 깨달았다. 다음날 나는 여행사에

전화를 걸어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책속에 헤밍웨이 

   자신의 몸으로 직접 실감할수 있는 것만이 참다운 실존이라고 생각했던 헤밍웨이의

경우는 어땠을까 ? 그는 온전히 자신의 의지대로 산 것일까 ? 전쟁터를 전전하고 파리와

쿠바, 스페인과 아프리카를 떠돈것도 모두 자신의 선택이었을까 ? 그래서 그는 행복했을까 ?

   물론 행복한 순간들도 있었을 것이다. 파리에서 보낸 7년, 가난한 문학청년으로서의

수줍음과 막막함, 첫 아내와의 달콤한 시간들, 문학에 대한 열정... 하지만 순수했던 시절은

모두 지나가고  그는 무언가에 코가 꿰어 여자를 갈아치우고 더 많은 짐승을 살해하고, 미친

듯이 먹어대 돼지처럼 몸무게가 늘어나고 거친 영혼은 더욱 황폐해졌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머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던 것이다.

 

      주인공 오감독

   내게도 아마 헤밍웨이의 젊은날과 같은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세상은 신비하고 달콤한

희망으로 빛나며 옆에 누워있는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래서 소중하지 않은것이

없었던 시절... 하지만 그 상대가 누구였는지, 당시의 감정이 어땠는지는 이제 잘 기억나지

않는다. 중요한 건 그 모든것이 사라졌다는 것이며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갈수 없다는 거였다.

   한때는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에 들뜨기도 했지만 돌아보면 다시 제자리인 것 같기도

했다. 때론 아무런 지도도 없이 전속력으로 어딘가를 향해 달리다 막다른 벽에 부딪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그 세대는 어느덧 옛날 영화나 보며 과거를 추억하는 중

늙은이가 되고 말았다. 영화를 볼때마다 나는 내 삶 전체가 뿌리없이 이리저리 휘둘리며

신기루를 쫒아 살아온 원숭이짓 같은게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에 실소를 지었다.

 

      독자 나.

   대학교때 찍힌 사진속에 나는 자전거를 타고 한손에 두꺼운 책을 들고 캠퍼스를 누비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아내는 그 사진을 유난히 좋아했다. 내얼굴이 태양같았다나 ?-.

20대후반엔 주말마다 집에 있었던 적이 없었지. 매주  토요일마다 짐 싸들고 나가서 일요일

밤늦게 집에 들어오고 나른한 피로감에 비몽사몽 월요일을 시작하곤 했는데...40 이 완전히

넘어버린 지금의 내 얼굴에도 '난 이제 내려가는 중입니다. 그러니 더 이상 나에게 신경쓰지

마세요' 라고 쓰여있지나 않은지...

   귀엽고 소중했던 내 분신들은 날카로운 쪼각이 되어 날 그어버렸고

   Deep Pocket 생활은 Hand to Mouth 로 바뀌어 몇년째 끝날줄 모르고 이어진다.

   나만 눈부시게 바라봐주던 아내는 나만 미워하다가 경멸로 눈돌아간지 오래됐다.

   촛점 안 맞는 수정체와 가분수의 뒤뚱거리는 걸음걸이, 숫자 세다가 이름 붙일정도로 남아

   있는 머리카락...

나도 이제 과거를 회상하며 조악한 글 몇줄 끼적거리다 머리통에 구멍내는 일만 남은 것인가

 

      그리고 소설속 ...오한모, 한수자, 미연, 근배씨, 엄마, 전파사 아저씨 등

                          ' 도대체 이 놈의 집구석엔 멀쩡한 사람이 아무도 없어 ! ' 라는 말로 정의되는

                            막장인물들. 막장 가족들...

                            그들이나 나나......

                            나나 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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