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하, 소풍 "

2015. 5. 24. 22:41독서

 

 

 

 

 

 

천상병은 그의 시 <귀천>에서

"  ...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

했지만 또 다른 시 <소풍> 에서는

"  ... 길에는 통행세

       마실 물에도 세금을 내라는 세상      

       ...

       달빛조차 몸을 사리는데

       이 곳이 아름답다고 ? "

라고 일갈했다,

 

그에게 소풍이 결코 학생때의 천진난만한 즐거움만은 아니듯 이 책 제목에 ' 소풍' 에서도 그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나중에 저자의 인터뷰 글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거기서도 천상병의 소풍이야기를 저자가 직접 언급했다. 내 느낌이 틀린 건 아니였나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춥고 차분해지더니 외롭고 우울해졌다

대부분의 외국 여행기들이 플레쉬와 스트로보를 터트린 화려한 모습만을 보여주는데 이 책은 그늘지고 소박한 모습들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덕분에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의 춥고 곤궁한 삶의 모습들이 손실없이 전달되었다,

 

체코의 프라하성, 역대 왕들과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그리고 현재 대통령까지 그들이 줄곧 기거하고 있는 거대한 성

오스트리아의 비엔나, 육백년간 유럽을 지배했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궁전과 별장들... 화려하기 그지없다,

고급저택에 사치스런 보물들을 채워놓고 자신의 위선과 허영을 과시하는 소수의 부르조아들

그들의 발치아래에는 더러운 환경에서 배고픈채 잠이 드는 수많은 도시빈민들이 기반을 이루고 있다

 

이번 동유럽 여행에서 나는 무엇을 볼 것인가 ?

금박입힌 부르조아들의 부와 명성을 보기위해 치룬 비싼 입장료는 어디로 흘러 가는가 ?

만약 그 돈들이 신분사회를 더욱 고착시킨다면 난 단호히 그 모순을 거부하려 한다.

강대국에 둘러쌓여 항상 소외받던 동유럽의 진짜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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