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보물섬 Verde island
오늘은 스쿠버팀이 원양선을 탄다.
목적지. 베르데 섬 (Verde island)
초보들은 안 데리고 가는 섬인데 큰 누님이 생각외로 잘 하셔서 팀원 전부 추가비용을 내고 원정 다이빙을 떠나는 것이다.
작은 형님과 나를 갤러리라고 불러줘 신나서 따라나서긴 했는데 왠지 들러리인거 같다.
운형이가 어젯밤 구명조끼도 준비해 놓고 오늘 아침엔 추울수 있으니 옷이나 타월도 챙기라고 신경써 주었다.
카메라 젖지 말라고 아쿠아백도 가져 왔다. 작은 고무 배낭인데 물 한방을 안 들어갈 정도로 운형이처럼 든든하게 생겼다.
다른 사람들은 잠수복 해녀복으로 온 몸을 완전 무장했는데 나는 허연 살에 형광색 수영빤스 하나 걸치고 신나게 바닷가로 뛰어 나갔다.
그런데 아침에 바닷물이 빠져버려 우리가 탈 방카는 멀리 정박해 있고 작은 모터보트로 방카까지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모터보트까지도 20~30 m 걸어가야 하는데 깊이는 무릎 정도지만 해초와 바위 때문에 걸어갈 엄두가 안난다
내가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 못하자 피부가 검게 탄 필리핀 직원이 등을 내민다.
반항도 못하고 덜렁 엎혀버렸다, 내 비록 살이 빠졌어도 아직은 족히 70kg는 될텐데 작은 필리피노가 나를 업고 성큼성큼 .,
현대자동차에서 이제는 방카도 만드냐...
우리의 점심을 위해 리조트 직원인 ' 요한' 이 동행했다
생긴건 UDT HID 인데
개구리헤엄이 유일한 수중스킬이라는...
잠시후 베르데섬이 진녹색 정글을 뒤집어 쓰고 나타났다
다이버들은 다 자고
일없는 들러리 갤러리 둘만 어색한 썩소를 날리며 멀뚱멀뚱
드디어 무슨 요새같고 해안 벙커같은 곳에 도착했다.
이 고립무원에 우리 들러리 둘과 '요한' 만 부려놓고 나머지 팀들은 다이빙을 위해 배 돌려 떠나버렸다
이럴땐 작은 형님이 다이빙을 안하시는게 참 밉다. Something 이 Nothing 되는건 순간이다.
선인장이 가시가 있는건 자기를 건들지 말라는 간곡한 부탁인데
그 선인장 면상에 저렇게 칼질을 하고 싶을까 ? 꼭 자기 묘비같다
좋은 곳 찾아 떠나는 일행들,
다음에 나도 다이빙 배운다 배워...아 더러버서 !
한 무리의 동네 남자들이 시커먼 걸 들고 신나게 지나갔다
작은 형님이 뭐냐고 소리치자, 들어 보이는데, 비둘기만하게 제법 큰 ... 박쥐였다,
동네분위기로 봐서는 박쥐이상도 충분히 구워먹을거 같다.
작은 형님 인생사를 듣고 있는데
요한이 탁자에 천 하나를 깔자 갑자기 럭셔리한 피크닉 모드로 전환되었다
바나나 한개씩 뜯어 먹고
바닷가로 내려갔다.
스노클링 장비를 착용하고 천천히 물속으로 몸을 담갔다
Sabang beach 와는 달리 지면의 경사가 급해 조금만 앞으로 나가도 수면이 꽤 깊었다
약간 겁이 났지만 구명조끼 하나 입었다고 만용을 부려봤다,
물속은 아주 맑았고 수초는 없어 바닥이 환했다. 큰 바위 주변에 아름다운 열대어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주변을 돌아보고 그옆에 좀 떨어진 바위로도 가 보았다.
작은 형님 목소리가 들리는거 같아 수면 위로 머리를 내밀자 ' 위험하니까 멀리 가지마 ' 라는 형님 목소리가 들렸다.
순간 내가 해변에서 꽤 많이 멀어져 있다는걸 알았다.
허걱 ! 얼른 형님 쪽으로 헤엄처 가려는데 몸이 거의 전진을 못하고 제자리다.
해안선을 따라 물이 동쪽애서 서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온 힘을 다해 손발을 휘저어 가까스로 뭍에 올라왔다
장난이 아니구나,,,휴우
좀 진정된 후에, 이제 바다의 상태를 알았으니 다시 들어갔다
이번에는 바로 앞에 바위 주변만 맴돌며 열대어들을 감상했다. 그래도 역시 유속이 쎄서 내 몸이 저절로 서쪽방향으로 흘러갔다
다행히 바위옆에 큰 나무가지가 박혀 있어서 그거라도 잡고 몸을 의지했는데 꼭 가지에 걸린 비닐봉지처럼 몸이 흔들렸다.
※ 나중에 운형이에게 그 상황을 말했더니
그럴땐 물을 거스르려고(빨간 선) 하지 말고 그냥 흘러가라고 했다.
흐르는 물을 등지고 천천히 해변쪽으로 방향을 틀어 뭍으로 올라오면 된다고 했다. (파란선)
아 ! 그렇구나. 이렇게 간단한 원리를 알고 모르고 하나가 생명과 직결되는구나.
한 곳만 보고 있으려니 금방 재미가 없어지고 나무 잡고 있는 꼴도 처량해서
스노클링은 그 정도로 끝내고 뭍으로 기어 올라왔다
예쁜 조개껍데기나 주워야겠다고 앉은 주변을 둘러보는데...뭔가 이상하다
온통 산호와 조개 천지다.
둥글둥글한 자갈도 들어보면 돌이 아나라 산호였다,
이 백사장에서 돌 찾는게 네잎 클로버 찾는 것보다 더 어려울 정도로, 99 %가 는 다 예전에 생명을 품고 있던 흔적이었다
그런 산호와 조개가 눈길 가는 끝까지 깔려 있었다.
말로만 듣던 산호섬이었다.
파도가 닿는 곳은 잔모래가 있는거 같아 손으로 집어보니...이것도 역시 잘개 부서진 산호와 조개 조각이었다
예쁜 것들을 찾으러 걸음을 뗄 필요가 전혀 없다.
앉은 주변에서 손만 뻗어 주워도 이 정도다. 이게 진정 보물섬이구나
이 섬을 간다고 했을때 둘째형님이 신신당부를 하셨다
개조심하라고...
이 섬 들개에게 손을 물렸는데 개들이 예방주사를 맞았을리는 만무해서 얼른 육지로 와서 광견병 주사를 맞았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은근히 겁이 났었는데
해변에서 개 한마리가 시커먼 불알을 흔들며 유유히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
아무 소리도 안내고 가만히 있었더니, 잠시 검문후 가던 길로 사라졌다
작은 형님이랑 해변에 누워 세상사를 논하는데 비가 한두방울 떨어진다
후다닥 챙겨 정자로 올라갔더니 요한이 벌써 점심 상을 다 봐놨다.
아까 해변에서 겁주던 개가 음식냄새를 맡고 올라왔다.
작은 형님이 보더니 이 놈이 내 손을 물은 놈이라고 하셨다.
비록 늙었어도 아직은 이 섬의 보스로서의 풍모를 갖추고 있었다. 젊을때 동네 암개들 좀 올라탔을 듯 자알 생겼다
잠시후 일행들도 다이빙을 끝내고 무사히 돌아왔다
이번 다이빙에서는 몇명이 순간이동으로 내팽겨 질 정도로 급류에 휘말렸다고 한다.
구사일생 살아 돌아왔으니 모두 웃으며 그 무용담을 나눴다
바베큐 치킨과 돼지고기가 너무 맛있어서 마지막까지 앉아 실컷 먹고 시원한 음료수 캔까지 하나 마셨다
이건 뭐 다이버들보다 들러리가 하는거 없이 더 잘 먹고 있으니...
모두 식사를 마치고 뭉기적거리며 수다떨다가 몇명은 바닷가로 몇명은 담배피러 다 뿔뿔히 흩어졌을 때다
요한과 방카선원들이 모여들어 갈 정리를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우리가 먹다 남긴 음식과 남은 음식들을 아주 맛있게 먹는 것이었다.
그것도 손으로 조물조물 모아가며 ...
김치고 생선이고 가리지 않고 신나게 먹느라 내가 사진을 찍는 줄도 모르는거 같았다
작은 형님께 여쭤보니
우리가 먹고 남은 음식을 가져가 다른 자리에서 먹는데 오늘은 빈 자리가 없어서 우리 먹은 자리에서 곧바로 먹는거라고 한다.
심지어는 여기서도 음식이 남으면 마을주민들이 봉지에 담아가 3차로 먹을 정도로 얘네들은 그런거 안 가린다고 ...
한국도 50년전에는 미군들이 먹고 남긴거 말통에 받아다 먹었다.
우리는 그걸 꿀꿀이죽 이라고 불렀고 존슨탕, 부대찌개가 거기서 유래했다.
그 당시 음식에서 반지같은게 나오는 날에는 로또 맞은거라고 하던 기억이 난다.
필리피노들도 50년 후엔 살림이 좀 펴서 우리처럼 꿀꿀이죽을 졸업하기를 바래본다.
식사 편하게 하라고 자리 비켜 내려오는데 선원들이 원래 밥 먹으려고 했던 정자에서 중국어 특유의 성조가 울려퍼졌다,
Sabang beach 도 이제 중국의 인해전술에 먹힐 날이 얼마 남지 않았군
큰 누님이 예쁜 조개랑 산호들을 가져가고 싶으셨나보다. 강사님에게 괜찮냐고 물었더니
" 공항에서 걸리면 큰 문제가 될수 있습니다 " 라고 단호하게 답변했다.
내가 봐도 누님의 컬렉션은 좀 크고 많았다.
나는 담배갑을 꼭 쥐었다. 그 안에 예쁜 거 몇개를 숨겨 놓았거든. ..문익점 목화씨처럼
이 선원들의 일당은 400 peso (10,320 원) 이다. 행복해 보인다
다시 섬을 떠나서 큰 섬으로 돌아온다, 필리핀에는 섬이 7,000 개가 넘는다
뱃전을 붙잡고 꾸벅꾸벅 졸다보니 벌써 Sabang beach 에 도착했다
다시 모터보트로 옮겨타고 최대한 해안가 가까이 배를 댔다
남들은 성큼성큼 걸어가는데 나는 물로 뛰어내려 개구리 헤엄을 쳤다, 보기 흉해도 어쩔수 없었다, 지금은 체면보다는 인명이 우선이니까.
리조트 마당에 올라서자 운형이랑 강사님이 한마디씩 건넨다
" 수영하시는거 보니 스킨스쿠버도 충분히 가능하시겠는데요 "
깨구락지는 바다속에 들어가면 죽는 법인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