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보덴제 크란켈카페 cafe KRANKEL

2023. 8. 20. 17:45Germany 2023

6. 14.  수. 종일

 

자다보니 소파가 불편해 거꾸로도 자보고, 바닥으로 내려와 침대아소파 사이에 낑겨도 자보고 새벽에 화장실 갔다가 또 잠들고, 꿈이 재밌어 계속 뭉기적거리다보니 9시 40분 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로를 깨는 공사소리에 창문으로 나가 발코니를 잡고 아래를 내려다본다 

 

부지런한 하루젠더는 벌써 장사를 시작했고

골목 건너 카페엔 손님들이 오전부터 한 테이블 차지하고 있고

호숫가로 향하는 관광객들의 설레이는 표정들, 애 떼쓰는 소리

노란 스포츠카가 굉음을 내며 골목을 지나가고

마을 지붕들, 녹음 짙은 나무숲, 삐쭉 솟은 성당 종탑, 그 모든 것들위에 파란물감 하늘...

티파니의 아침이 생각나는 보덴제 아침풍경

 

하루젠더에게 도움을 받은 건 ' 우리가 한국에서 프라빈에게 한 보답을 받나보다'  생각했었는데 현주도 똑같은 생각을 했다고 한다.

" 형, 라비올리 먹을꺼야 컵라면 먹을꺼야 ? "

 

서양배로 입가심가지 다 하고 양말을 빨아널고 느즈막하게 하루를 시작한다,

 

보덴제에 오면 꼭 가려고 찾아놓은 곳이 다 위버링겐 근처에 있다는게 신기. 나는 편해소 좋긴 한데 이 위버링겐이 콘스탄츠나 린다우나 프리드리히스하펜같은 3대 도시에 들지 않는게 더 신기

밖으로 나와보니 오전안대도 벌써 땡볕. 깡통처럼 달궈진 차를 끌어다 그늘에 세워놓고 현주를 기다린다.

성문을 나서며 나는 셩벽을 타고 우회천 하는데 맞은편에서 오던 차가 갑자기 깜빡이도 안 켜고 내 차선으로 꺾으며 빵 ! 클락션을 울리는 것이 아닌가, 잘못하면 부딪칠뻔했다, 그제서야 요기가 작은 회전교차로라는 걸 알았다. 신호등 없는 골목길 3거리, 가운데 교통섬 없는 로터리였다니. 일단 내가 잘못한 것이니 창문열고 미안하다고 손짓하고 갔다, 이런 꼬딱지만한 로터리를 5~6개 지나고서야 시내를 빠져 나올 수 있었다.

Salem 10km 이정표가 보인다. 시골길인데도 과속으로 빠짝 밀어붙이는 차들에게 스트레스 받으며 schloss Salem 에 도착했는데 창고와 공장, 그리고 정문은 봉쇄해놔서 그냥 차 돌려 나왔다. 언덕위에 멋진 성을 기대했는데 평지에 기숙학교라서 아침에 찾아본 평판에 ' 복지가 개판이라 10명 학생끼리 빨래등 다 해결했다 ' 라는 글이 올라온게 이해됨. 여기까지 온게 아까워 마을 구경이나 하자고 좀 더 들어가다 건너편에 카페발견. 맞은편 차 끊기길 기다리다 포기하고 회전교차로까지 갔다 돌아와보니 주차장도 갓길에 차댈곳도 없어서 그냥 뻘짓한셈치고 다시 위버링겐으로 돌아왔다.

어제 가다본 변두리 카페 찾아간다고 샛길로 뻐졌다 길 잃고 현주에게 혼나고 (길치도 잘못들은 길은 안다) 네비 설정한후 다시 찾아간다. 숙소가 있는 구시가자와 달리 이 근방은 주택가. 학교 끝나고 귀가하는 학생들이 많이 보인다.

점찍어둔 카페 도착

 

여기 사람들 기준으로도 외모와 헤어스타일이 남다른 아줌마가 씩씩하게 주문을 받는다.

카푸치노, 라떼, 케익 한조각 10.3 e (14,700원)

이젠 간판에 써 있는 backerei (빵집), konditorel (과자점), brot(빵), kuchen (케익) 정도는 써바이벌로 체득했다.

 

점심때라 동네사람들이 빵, 샌드위치등을 사가고, 한두명씩 들어와 1인 1케익 먹고 가기도 했다, 현주가 독일의 김밥천국이라고 한다.

 

까치

 

카페 인테리어가 독특, 식탁과 시계, 거울, 벽 장식등을 모두 원목으로 만들어놨다. 한쪽에 원목제품 카달로그를 갖다놓은 거 보니 가구제조 업체랑 뭔 관련이 있는 거 같다,

 

주문받고, 샌드위치 만들고, 커피 내리고, 걔산까지 일당백하는 아줌마.

한국이라면 직원 두명에 브레이크타임까지 만들어줘야 하는 상황. 한국인 생산성 떨어진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다.

 

커피 한잔에 느긋한 휴양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던 cafe KRANKEL  

시내쪽으로 조금 내려오면 큰 마트같은게 있다. 건물앞에 주차하고 내리는데 한 남자가 약국같은 문을 밀어보더니 우리에게 문 잠겼다고 알려줬다. 내가 마트를 물어보자 '완편으로 가라'고, 상호를 물어보자 ' kaufland' 라고 했다,

건물 가운데 주출입구로 들어가면 오른편에 전자제품점, 약국 왼편으로는 미용실,로또판매점등이 자리잡고 있고 안으로 더 들어가면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지하에 대형 마트가 위치해 있었다,

 

지하로 내려오면 옷만 파는 곳, 신발등 스포츠용품 파는 곳이 따로따로 매장이 넓게 있어서 현주가 구경간 사이 난 마트 앞 벤치에 앉아 기다리며 휴식.

 

잠시후 현주 돌아와 같이 kaufland 마트 들어갔는데 내부가 엄청 넓고 동선을 미로처럼 짜 놔서 들러보는 것만으로도 지쳤다.

 

무뚝뚝한 표정으로 상품진열하는 여자에게 스프코너를 물어봤는데 무표정하게 손짓설명.

 

첨 보는 독일제조 한국컵라면. 가격은 2.4 e (3,420 원)

 

커피, 볼펜등 다 비싸서 기념으로도 살 맘이 안 생긴다. 당근, 우유, 스프등만 사고 9.77 e 계산

 

얼른 숙소로 와서 어제 산 소고기로 스테이크를 하고 스프를 만들어 점심상을 차렸다

 

소고기가 질기고 퍽퍽해 맛이 없다. 독일에서 예상외로 고기와 빵은 shit !  계란과 소시지는 맛있다. 마트에 왜 생고기가 인기가 없고, 양념으로 재워서 파는 것이 더 많은지, 소시지를 다양하게 만들어 먹는지 이해됐다. 여수에 새로 생긴 독일빵집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걱정된다.

 

소파는 너무 길어 누우면 발이 안 닿고, 욕실 샤워부스는 관짝같이 좁고, 간이 부엌은 선반에 머리가 찧을 정도로 작아서 양놈들은 어떻게 이런곳에서 사나 싶다. 현주가 부엌 좁아 나 다칠까봐 혼자 요리와 설겆이를 다 해서 미안.

어제 당뇨약 먹는 걸 깜빡해 점심먹고 바로 한봉지 털어먹고 오수를 즐길 시간.

 

잘 자고 일어난 현주는 5시쯤 동네 산보를 가고

 

차 무사히 잘 있는지 보러 갔다가

 

괜찮다고 손짓, 동영상 찍는줄 모르고 계속 흔든다

 

 

 

난 6시 40분쯤 달랑 시계 하나만주머니에 넣고 운동나옴.

광장분수대에서 어미오리와 새끼오리 두마리가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먹이맛에 바지런하게 움직이고 있다.

선착장 앞 레스토랑에선 늙은 남자가 신디사이저랑 기타를 연주하며 원맨쇼를 하고 있다. 스페니시, 팝송, 독일가요등 관광객 구미에 맞춰 다국적 전천후다. 광장 벤치에 앉아 있는 애기엄마가 아기랑 춤을 추며 노래 끝날때마다 박수를 처준다.

젊은 부부와 초딩여자애 가족이 내 옆 벤치에 왔는데 누구 선물을 주려는지 포장된 바구니에 카드를 적어 넣는다. 잠시후 같은 또래의 젊은 커플이 와서 반갑게 해후. 어디론가 즐겁게 향하는 모습이 부러워보였다. 디지털과 온라인의 편리함에 사라저버린 이런 만남과 사회적 관계가 부럽기만 하다. 아이 옷에 적힌 문구 ' everyday fun ' 이 예사롭지 않게 보였다.

아직도 해가 지려면 멀어서 그늘을 따라 시내를 걸어본다. 현주가 봤다던 베네똥 매장도 지나가고, 쉬엄쉬엄 숙소근처에 도착하자 현주가 " Mr Lee ~ " 하며 기다렸다가 날 부른다.

야외 도서관에 앉아 있다가 자리가 나서 호숫가 벤치로 옮겼다

 

여기 청소년들은 비행에 빠질 위험이 적은거 같다. 한 무리의 껄렁해 보이는 남녀청소년들이 내 뒤 badgarten 공원쪽으로 몰려가는가 싶더니 잠시후 음악 크게 틀어놓고 자기들끼리 웃고 떠드는게 다다. 한국처럼 노래방, 술집, 모텔, 비디오방등의 음성적인 탈선장소가 없으니 이런 장점도 있다.

 

호수를 누가 헤엄처 오는가 싶더니 두 노인이 수영후 뭍에 올라와 서로 하이파이브를 한다.

 

관광객들이 주는 먹이와 Wild life 사이 경계를 교묘하게 줄타는 오리. 아주 상습범이다.

 

노로보트를 타고 호수한가운데를 미끄러지듯 노저어가는 사람들. 이 호수 긴 축은 60 여 km 가 넘는다

 

벤치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며 아이스크림 먹는 노인, 해가 기은 저녁 바람 쐬러 나온 사람들... 사람이 너무 적으면 그것도 또 쓸슬한데 여긴 딱 적당해서 좋다

 

어디든 꽃을 적절하게 잘 심어 놓았다

 

여긴 미용실

 

8시쯤 속소로 돌아옴

방과 계단에 양초가 있어서 성냥을 사려고 했는데 꺼내보니 초모양 조명이었음. ㅎㅎ

 

웰컴 음료

 

그늘에 들어오거나 저녁이 되자 서늘할 정도로 시원한 바람이 들어와 에어컨이 필요없을 거 같다.

 

도시세 19.80 e 를 동전으로 주려고 세여보니 딱 몇개가 부족. 어쩔 수없이 빳빳한 한장을 꺼내놓는데 왜 그리 아까운지. 그래 20 cent 는 먹고 떨어져라 !

 

여행중에 휴식같은 시간이었던 보덴제의 마지막 밤. 아쉬운만큼 행복하다

해가 지고 더위가 사그러들자 주변이 더 시끄러워졌다. 창밖을 내다보니 건너편 카페 야외테이블에 한 일행이 아주 웃고 떠들고 신났다. 그런데 잠시후 끝날거 같은 자리가 12시를 넘기고도 계속 됐다, 내가 창밖으로 " 잠좀자자 ! " 고 소리치려는걸 현주가 극구 말려 창문을 다 닫고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