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10. 12:23ㆍGermany 2023
6. 7. 수. 오전
어제 일찍 잔 현주가 아침에 벌써 씻고 나왔다, 나도 뭉기적거리다 면도 깔끔하게 하고 체크아웃 준비
누가 문을 노크해서 열어보니 작업복을 입은 남자가 '뭘 설치해야 한다' 고 ' 지금은 안된다' 고 하니 집요하게도 언제 되냐고 묻는다. ' 1시간후에 오라' 고 하고 문을 닫았다
콜라겐 하나씩 따 먹고 물 부어 헹궈먹고 난 식은피자로 현주는 사과로 아침을 떼웠다.
짐 다 챙겨 나오는데 " 앵 ? " 앞방 문고리가 횡하니 구멍이 뚫려있다. 오늘도 장관이군. 복도끝까지 방문앞에 세문고리, 헌문고리가 널부러져 있었다. 엘베쪽으로 가다 한 룸에서 문고리를 분해 조립하는 그 남자랑 눈이 마주쳤다.
" 이제 고쳐도 되나 ? " .
1층 프런트로 다가가니 영국탑기어 진행자 제레미 클락슨 닮은 메니저가 다른 직원과 이야기하다 말고 날 보고 오늘도 밝고 과장된 목소리로 인사를 한다. 로비에 오면 매일 밤낮으로 만나게 되는데 도대체 언제 Off 인지 모르겠다. 짐이 많아 현주에게 호텔 앞에서 기다리라고 하고 나 혼자 주차장으로 갔다. 주차장입구에선 공사차량 몇대가 아침부터 열심히 호텔 간판을 교체하거나 주변정리 작업을 하고 있었다. 호텔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하는거 같은데 그럴 돈있음 객실에 물 한병이나 주지.
어제 코반근처에서 헤맸다고 오늘 아침 지름길로 질러간다. 한적한 주택가, 전형적인 백인중산층 동네 풍경.
바로 고속도로 진입하자마자 엄청난 차량들, 트럭들, 과속...
조신하게 1시간이상 달리자 지형이 슬슬 바뀌는게 눈에 보인다. 끝없이 펼처진 지평선위에 삐쭉삐쭉 파형이 생기더니 그나마 산이라고 부를 정도는 되는 고개들을 넘나들기 시작했다. 나무들이 빼곡히 숲을 이룬 산과 계곡을 보며 이 정도로는 맹수는 안 살겠다 싶다. 호주처럼 캥거루가 사람을 패거나 캐나다처럼 곰이 다리하나를 씹거나 한국처럼 호랭이가 목덜미를 물어가는 일은 안 겪어도 되는 축복받은 땅덩어리. 근데 뭐가 불만이라고 다른 나라 땅들을 그렇게 욕심을 냈는지
베르트하임 (Wertheim) 이란 지명이 이정표로 보이더니 이내 목적지에 다다랐다, 베르트하임 빌리지라는 패션아울렛 매장을 들렸다가기로 했다. 고속도로에서 나와 언덕길을 오르자 거꾸로 된 집이 우리를 유혹한다
TOPPELS-Verdrehte Welt 라고 써 있는데 그냥 외관만 보는 걸로...
주변에 맥도 있고 주유소도 있고 호텔도 하나 보이고 ...조금 더 들어가자 동화속 빌리지가 눈앞에 나타났다,
넓은 주차장과 매장입구들이 여러 군데지만 직관적으로 잘 찾을 수 있게 설계해 놓았다,
전세계 유명브랜드만 다 모아놓은게 아니라 전세계 인종까지 다 볼 수 있다.
한국인 단체 아줌마들, 비슷하지만 뭔가 다른 중국인들, 그 나라에선 부자였을 아랍인들, 명품은 사고 싶은데 넉넉친 않은 독일 중산층들, 한껏 멋을 부린 남자 여자들, 개끌고 다니는 사람...
난 매장은 안 들어가고 넓은 통로만 걷는데도 이내 피곤.
근처 청소하는 아줌마에게 가까운 레스토랑을 물었더니 영어로 알려 주고 다시 매장입구 금판 명패들을 반짝반짝하게 닦고 있다.
Coffee fellows ?
밖에 앉으려다가 조명이 포근한 매장안으로 들어갔다
샌드위치와 카페라떼, 카푸치노등을 주문. 4.0 이라고 가격표가 붙은 걸 보며 순간적으로 4,000원 ? 했다가 e 로 계산하니 커피한잔에 거의 6,000원 정도니까....음 쎄네 !
주문받는 남자도, 커피 내주는 여자도 다 아랍인들이다. 스카프로 머리를 다 감싸고 얼굴만 내민 아가씨가 커피를 내려주는 모습이 왠지 어색하게 느껴지는건 어쩔 수 없다. 원래는 터키등 아랍을 통해 유럽으로 넘어온게 커피문화인데도.
아까 레스토랑 알려준 청소아줌마
아점을 커피와 샌드위치로 맛있게 먹고 나오다보니 출구쪽에 식판놓는 곳을 해놓긴 했다. 인테리어는 고급스럽게 해서 손님 유혹한 다음 가격은 시내 카페보다 더 비싸게 받아 먹으며 정작 다 셀프였어 ? 싸가지 없어 그냥 나옴.
현주가 기분좋게 사서 자랑하는 WMF egg cutter
(귀국후 정작 사용해보니 생각보다 안 잘렸다. 이쁜 쓰레기)
아울렛 중앙광장을 점령한 La piazza 레스토랑. 입장할땐 썰렁했는데 점심때가 되자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 찼다. 가족으로 보이는 3명이 먹고 갔는데 서빙하는 여자가 식탁정리를 하자 주문서빙까지 일당백 날라다니는 중년남자가 " 계산됐냐 ? " 고 묻는 것 같았다. 아마 안 받은 듯. 남자가 황당하다는듯 이탈리아인 특유의 표정과 제스처를 하자 주변 테이블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다 한마디씩 일르기 시작했다. 역시 게슈타포 민족
개가 찡얼대자 아줌마가 달래며 간식을 주는 광경이 재밌어서 현주랑 보며 사진을 찍었다
아줌마가 우릴보고 웃으며 너스레를 떨고 간다.
아울렛 나옴
빌리지 초입에 보였던 초컬릿 전문 매장을 들렸다.
상품들이 종류는 많은데 좀 촌스러워 별로 손이 안 갔다
안쪽에 카페도 있어서 차 한잔 하는 걸로,
에스프레소 주문했더니 초컬릿 두 조각을 서비스로 준다.
독일은 케익위에 올린 과일이나 잼등 토핑이 맞았다
창밖으로 고속도로가 보인다
살게 없어 카페만 들렸다가 나오다 다시 흑우랑 기념사진
베르트하임 아울렛에서 잘 놀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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