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1. 30. 17:40ㆍ국내여행
산을 몇개 돌아 고개에 올라서니 금왕읍내가 오목한 그릇안에 내려앉아있다.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교통의 요충지도 아니여서 외지인이 올 일이 별로 없는 듯한 곳.
길가는 사람의 발걸음이 2박자.
신호등 두어개 처다보니 어느덧 맞은편 언덕이다.
금왕읍에서 동쪽 산사이를 넘으면 충주로 가는 빠른 3번 국도를 만난다.
목적지 없이 바퀴 굴러가는대로 드라이브나온거니 한적한 왼쪽 국도로 빠졌다 518 지방도.
오늘은 518도로에서 갓 포장된 따끈한 길을 따라가서 520번 지방도로로 합류하여 장호원까지의 여정이다.
(지도에 적은 숫자는 찍은 사진의 번호)
1 마을 이름이 좀 세련된거 같아 길가에 차를 세웠다.
3번 국도와 평행하게 깔려있는 518지방도. 10년전만해도 고속도로가 별로 없어 많이 막히니까
이런 지방도 지름길들을 많이 찾아다녔는데 지금은 잊혀진 한적한 도로.
2 가을 추수걷이가 끝나면 벼이삭 말리느라 길은 더 좁아지겠지.
저런길이 "동구밖 과수원길" 맞나 ?
3 고무줄 츄리닝입고 검은 비닐봉지에 새우깡하나 라면하나 그리고 소주한병 담아 터벅터벅 걷고 싶은 길.
4 마누라 같이 왔음 쑥 냉이 캔다고 벌써 자리잡았겠구먼 ~
5 동네 안으로 들어가니 조용합니다
6 파란지붕 하얀 벽. 이사가고 빈집으로 남은지 별로 안되보이는데 왜 떠났을까 ?
7 거의 무너지기 직전의 흙벽집. 조용하다못해 쓸쓸해집니다.
문닫힌 마을회관을 들여다보니...
일제시대 농사지은 쌀 공출한다고 저 앞에 쌓아놓고 울분을 삼키던 모습도
한글가르친다고 서울에서 선상님들 내려와 마을사람 모어놓던 모습도
8 잘 살아 보세 ! 새마을 마크 모자 쓴 청년들 모습도 다 선연합니다
9 달랑달랑 어른고추하나 애기고추하나
마을을 돌아보는 내내 개들만 짖어대고 인적이 없다. 노인들만 사는 전형적인 농촌마을.
노인들은 낯설은 이방인인 내가 무섭고,
난 허연 이빨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는 저 개가 무섭고
10 저 개는 수시로 밥 굶기는 노인이 무섭고...
11 달리는 차안에서 바라보는 경치와, 마을속에서 바라보는 실상은 이렇게 다르구나.
12 차 뒤로 문닫은 주유소에 녹슨 구조물만 보입니다, 예전엔 통행량이 지금보단 많았던듯.
조금 더 가니 어지간히 집들이 모여있고 가게도 있고 맞은편에 동락초등학교가....
근디 ...어라 ? 쪼깐 이상혀네 ? 비석은 까무잡잡하니 오래된거 같은데 왠 초등학교 ? 국민학교 아닌가.
아 ~ 애기동상 꼬추만 반질반질 윤이 나듯이 '초등' 글자부분만 허옇네.
13 고동색 크레파스로 문대주고 싶은 맘이 불쑥 !
14 어르신들이 내기다마 갬빼이 치시네. 구경해야지 !
15 아싸 쿠션 ! 났어요 !!!
어르신들이 타고오신 모터싸이클들이 아무렇게나 주차된 뒤로 오벨리스크가 세워져 있어 가보니
6.25전쟁때 마을에서 나라를 위해 싸우신 선열들의 이름이 세겨저 있습니다.
16 그러고보니 저 어르신들은 그당시의 전투에서 살아남으신 분이시구나 !
한게임 끝나고 잠깐 쉬시길래 조용히 학교를 빠져나와 마을을 벗어납니다
17 과속방지턱도 없고 카메라도 없고 차도없고 시야도 흐믓하고 ...뭐 안 달릴 이유가 없잖아 !
18 저수지에 새들이 짬뽕 ! 청둥오리,원앙, 거위... 워이 ~! (가만히 앉아있음 얼어죽어. 어여 날라봐 !!)
포장된 가파른 경사길을 올라가는데 남자혼자 싸이클을 타고 내려갑니다.
' 이 구석까지 어떻게 왔을까 ? 저 사람도 나만큼 병이 깊군 ㅋㅋ ! '
지도상엔 비포장이였다가 없어지는 길인데 이렇게 도로를 잘 뚫어놨네요.
아직 아스팔트냄새가 꼬소합니다.
내 몸의 모세혈관도 이 길처럼 오지 구석구석까지 뻗어나길...
19 눈앞에 가로질러 가는 산맥을 넘으면 장호원에서 충주가는 길이 가로로 달리겠지 ?
봄가을에 조용히 사색에 잠기며 드라이브하기 좋은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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