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21. 12:50ㆍ국내여행
내가 태어난 곳은 부여다. 아주 어렸을때 경기도로 이사와서 고향에 대한 추억은 하나도 없지만
부모님이 부여를 베이스캠프로 공주와 논산까지 나와바리(?)로 활동하셔서 예기는 많이 들었다.
고속도로가 별로 없던 90년대 후반까지는 지름길로 질러 간다고 지방 내려갈때 공주를 지나쳐 간적이
몇번 있었는데 관심어린 눈으로 보지는 않았다.
그날도 정처없이 온양을 거쳐 외암리로 청양쪽으로 드라이브를 하다가 공주로 흘러가게 되었는데
오래된 철교를 건너 낮은 산을 도는 순간 차를 멈출수밖에 없었다. 오목한 고개위로 아름다운 성곽이 보였다
수원처럼 큰 성은 아닌 읍성정도의 크기였지만 산등성이 모양을 따라서 쌓아진 모습이 예술이었다.
주변에 흩어진 공적비들을 다 모아서 길 가는 사람들에게 이 지역의 역사를 보여준다.
'군수 아무개가 몇년동안 선정을 베풀고 떠나니 마을 사람들이 이 비를 세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등의 내용...
겨울이라 사람들이 별로 없어 더 고즈넉 하다.
근데 성문까지 이어진 저 언덕길을 옛날엔 우마차끌고 상여메고 가마이고 다니느라 참 힘들었을거 같다.
성벽의 용도에 맞게 높고 위협적으로 생겨야 되는데...낮고 약해보이고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지은 모습.
그래서 더 정겹다.
시커먼게 돌아다녀 고양이인줄 알았는데 망원렌즈 땡겨보니 토끼 !
작년에 아파트 1층 정원에 풀깎기가 귀찮아 토끼를 두마리 사다놨는데 토끼면 잡아오고 토끼면 잡아오고 하다가
완전히 토꼈다 ㅋㅋ
저 산등성이 성벽 올라가다가 다리가 후덜거려 거의 기어갔다,.
공주의 옛지명은 웅진이다. 곰나루. 우리나라 전례설화에 곰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 땅에도
인간과 사랑에 빠져 새끼까지 난 곰이 낭군이 그리워 저강물에 빠져죽었는데 그 이후 배들이 자꾸 침몰하여
곰모양 동상을 세워놓으니 그 이후 평화로웠다는 설이 있다. 근데 몇년전 발굴에서 그 곰동상이 발견됐다고
한다. 저 철교는 차량통행이 제한적이다. 철거하지 않고 역사로 남겨놨음 싶다
산위에 올라가 헉헉대며 앉아있는 내내 저 남자는 가부좌를 틀고 강을 향해 기수련을 하고 있었다,
한참후 비슷한 복장의 남자가 올라오더니 '추워유 ! 내일 다시 혀고 얼릉 내려가유 ~" 그 남자 비로소 무거운
눈을 뜨더니 눈 부신지 아무말없이 저벽저벽 산을 내려갔다. 구름은 안 부르고 걸어서...
나도 땀이 식으니 추워서 내려갔다.
더 손대면 멋이 훼손될거 같은 비탈진 성벽길,,,
- 아래 사진들은 2009년 5월 애들 데리고 다시 찾은 공산성 사진입니다 -
옛 모습 재현한다고 알바생써서 민초들 옷도 입히고 군졸들 옷도 입혀놨는데 하는 행동은 21세기.
캐나다 노바스코샤 빨간머리 앤 동네가면 동네사람들이 예전 모습 그대로 골목에서 놀고, 빵수레 끌고다니며
파는 모습이 참 자연스러워서 타임머신타고 온거 같던데 이건 뭐 더 눈에 거슬려 없느니만 못하니 츱 !
자세 봐라 ! 기가 빠졌군. 군졸들 상태를 보아하니 ...의자왕시대인가 ㅋㅋ
유홍준의 문화유산답사기 읽고 가서 보시면 더 감동이유~ 읽어봐유 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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